토요타 밀고, 혼다는 접었다…전기차 앞에서 갈라진 일본차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3.17 06:00  수정 2026.03.17 06:00

북미서 '하이브리드 명가' 군림하던 日 업체들

토요타, 올해 미국서 전기차 3종 출시…라인업 확대

혼다, 출시 예정이던 전기차 3종 생산 전면 취소 결정

보조금 폐지로 내연기관 수명 늘어… '수익 vs 미래' 고심

‘재팬 모빌리티쇼 2025’에 참여한 혼다 부스에 전시된 차세대 전기차 프로토타입 ‘제로 살룬’과 ‘제로 SUV'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하이브리드 명가'로 군림해온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앞에서 전략이 나뉘었다. 토요타는 올해 본격적인 신차 투입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나서는 반면, 혼다는 예정된 전기차 생산 계획을 전면 취소하며 사실상 포기 수순에 돌입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수익성과 미래 경쟁력을 두고 선택이 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는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 '혼다 0시리즈'의 '혼다 0 SUV'와 '혼다 0 살룬', 하이브랜드 어큐라의 RSX 등의 북미 생산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기존 올해부터 생산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넓힐 예정이었지만 기존대로 '하이브리드 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혼다는 2040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만 생산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었으나,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노선을 선회했다. 전기차 개발 및 생산에 투입된 비용을 포기하고, 다시 하이브리드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실제 혼다는 2026회계연도 기준 최대 2조5000억엔(약 23조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혼다의 적자 기록은 1957년 상장 이후 69년 만이다.


반면, 같은 일본 태생 브랜드로서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주도해온 토요타는 올해를 기점으로 노선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그간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배터리 기술 개발에 이어온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bZ 우드랜드, C-HR, 하이랜더 등 3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자체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심산이다.


토요타 bZ 우드랜드 ⓒ토요타

두 일본 브랜드의 전략 차이는 이들의 최대 시장인 미국의 정책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차로 높은 수익을 올린 데 이어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라인업을 전환하려 했으나, 트럼프 정부의 '내연기관 부흥' 정책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미국 전기차 세제혜택 폐지 이후 미국 전기차 시장은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약 22만9000여대로, 전년 대비 약 36% 급감했다.


이 가운데 혼다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의 수명이 충분히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투자 부담을 늘리기보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동화 전략을 통해 수익성과 판매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토요타는 '더 이상 전기차 시장 진입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낮더라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해야 향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두 일본 브랜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속도가 늦었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미국의 갑작스런 '전기차 퇴보' 정책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내 전기차 속도 조절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의 라인업을 '아이오닉 6 N'으로 축소했고, 기아는 EV4의 출시 계획을 연기했다. 스텔란티스, 포드, GM 등 현지 업체들 역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거나, 출시를 취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에게 미국 시장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보조금 정책 변화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전기차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절대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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