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TK 지지율 53.3%→65.0%
이재명, 호남 지지율 56.2%→68.1%
'텃밭'서 지지율 10%p 이상 '껑충'
"최종 투표할 때는 수치 더해질 것"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양당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초박빙 판세 속에서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각자 '텃밭'인 호남과 대구·경북(TK)에서 얼마나 표를 끌어내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9 대선의 사전투표를 이틀, 본투표를 일주일 앞둔 2일에도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우열이 엇갈리는 각종 여론조사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오차범위내 접전이 이어지는 '깜깜이 선거'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진영 간의 총력 대결 끝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48.0%를 득표해 3.6%p 차로 승패가 갈렸던 18대 대선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의 일반적인 현상이 끝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좁혀진다"며 "지금 일어나는 (지지층 결집) 현상은 새삼스러운 현상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지지층 결집 현상은 여론조사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27일에서 이달 1일에 걸쳐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65.0%의 지지를 얻었다. 동일한 의뢰·조사기관이 지난달 18~19일 설문했을 때의 53.3%보다 일주일여만에 11.7%p나 껑충 뛰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호남에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 후보는 광주·전남북에서 68.1%의 지지율을 기록해, 일주일여 전의 56.2%보다 11.9%p 급등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국 '텃밭'에서의 득표율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6일 '윤석열차' 내에서 가진 차내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는 막판까지도 '모름'과 '무응답'이 존재한다"며 "결국 최종 투표할 때에는 여론조사보다 수치(득표율)가 조금 더 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호남…DJ 95.1%, 문재인 89.6% 득표
'복합쇼핑몰' 등 전만 같지 않단 지적도
文 청와대 출신 등 나서 민심 다독이기
민주당, 이재명으로의 막판 결집 기대
역대 민주당 후보의 호남 득표율을 보면 1997년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95.1%의 득표율을 얻었던 것이 최고 수치다.
당시 호남 유권자들은 상대 진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러 투표소에도 오후 느지막히 가는 정무감각까지 발휘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후 3시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과 비슷하던 호남 투표율이 오후 5시를 전후해 갑자기 치솟았다"며 "SNS도 없던 시절에 이러한 집단 행동이 이뤄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회상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호남 출신이 아닌데도 호남에서 89.6%의 득표율을 거뒀다. 이재명 후보 역시 경북 안동 출신으로 호남 출신이 아니지만, '텃밭'에서 상당한 득표를 기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선례다.
다만 호남의 민심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경고음도 끊임없이 울린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16일 광주송정시장 유세에서 "수도권이나 전국 어디를 가도 복합쇼핑몰이 많은데, 광역시인 광주에만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더불어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준석 대표는 광주광역시의 복합쇼핑몰 유치 문제를 놓고 민주당에 맞장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에서는 "상생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훼손해 표를 얻겠다는 얄량한 계략에 지나지 않는다"며 "윤석열 후보는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즉각 철회하고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반박했다.
과거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지냈던 우원식 의원 또한 "광주에 쇼핑몰을 짓겠다는 이유는 '광주 투쟁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광주시민의 민주 의식을 대형쇼핑몰에서 파는 명품으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치인들이 광주의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등일보가 지난해 7월 14~15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설문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8%가 "대형복합쇼핑몰 적극 유치"를 주문한 반면 "절대 유치 반대"는 10%에 그쳤다.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 소속 광주 지역구 의원들은 "민주당 광주 국회의원 전원은 더욱 가열차게 이재명의 승리를 위해 뛰겠다"며 "검찰 공화국을 막아내고 4기 민주정부를 여는데 광주가 선봉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이재명 후보 지지로 이어오기 위해 현 정권에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냈던 지역 국회의원·정치인들도 나섰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 윤영덕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김광진 전 정무비서관 등은 지난달 26일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집중 유세를 열어 "문재인정부 성공과 4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은 "과거 18대 대선 때도 이 시기 박근혜 후보가 15%대가 나왔고 문재인 후보가 70~75% 사이로 나왔는데, 실제 대선에서는 (문 후보가) 91.8%가 나왔다"며, 이재명 후보로의 막판 결집을 기대했다.
TK…박근혜 '8080'으로 대통령 당선
이회창, 대구 77.8% 경북 73.5% 득표
안동 출생 이재명 '감성 자극' 파고들기
이준석 "형수욕설 훈육해달라" 견제구
역대 보수정당 후보의 대구·경북 득표율을 보면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구에서 투표율 79.7%에 득표율 80.1%, 경북에서 투표율 78.2%에 득표율 80.8%로 이른바 '8080'을 달성했다.
다만 박근혜 후보는 대구·경북의 상징과 같은 위상의 정치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선은 상대 후보인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오히려 대구·경북 출신이다. 서울법대를 나온 충청 출신의 보수정당 대선후보가 영남 출신의 민주당 후보와 겨뤘던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대구에서 77.8%, 경북에서 73.5%를 득표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이 광주에서 '복합쇼핑몰'을 들고나온 것처럼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상대 텃밭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8일 경북 안동 유세에서 "보리왕겨로 떡을 만들어먹으면 목이 콕콕 찔리는데, 그런 개떡을 먹고 수시로 굶으며 살았다"며 "초등학교 6㎞를 걸어다녔는데, 학교 다녀와 어머니 품에 안겨 재롱떨던 시절이 행복했다"고 고향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에 대해서는 부친이 경북 칠곡 왜관읍, 모친이 경북 상주 양촌동 출신인 이준석 대표가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 대표는 같은 안동을 찾은 자리에서 "가족에게, 형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우리 안동 사람들이 혼내지 않겠느냐"며 "안동 주민들께서 오만하게 '안동 출신이니 안동에서 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저 이재명 후보에게 가장 강력한 훈육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북 예천역에서 열린 '윤석열차' 거점 유세에서 김정재 경북도당위원장은 "예천이 앞장서서 '8080'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안동·예천이 지역구인 김형동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때 예천이 80% 투표를 해서 그 중에 84%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로 나왔다"며 "이번에 이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8080'을 넘어서 '9090'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유세 인산인해…정권교체 열기 '넘실'
"8080을 넘어 9090으로 가자" 강조
윤석열·이준석 잇달아 경북 출동하자
"그렇게 안 와도 찍어줄낀데" 반응도
일단 대구·경북 현장 분위기는 지지층 결집의 분위기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경북 문경시 점촌역 '윤석열차' 거점 유세에서는 유세가 열린 장소가 점촌읍, '읍' 단위인데도 인산인해의 인파가 몰렸다. 이준석 대표도 "점촌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일 수 있었느냐"고 놀랐을 정도였다.
유세 현장에서는 어린 아이까지 기호 2번을 뜻하는 손가락 V자를 그리며 선거 로고송에 맞춰 율동을 하거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선 필승'이라는 손펼침막을 가져다가 펼쳐드는 모습이었다.
경북 영주의 택시기사 김모 씨는 이준석 대표가 영주역 역전광장에서 거점 유세를 가진데 이어, 비록 취소됐으나 윤석열 후보까지 영주에 내려와 태극당 앞에서 유세를 가질 예정이었다는 점을 전해듣자 "후보도 온다꼬"라며 "와들 그렇게 여를 오노. 그렇게까지 안 와도 찍어줄낀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여기 영주는 콜택시 브랜드도 '선비콜'"이라며 "선비의 고장인데 자기 형수 XX를 찢어버린다고 한 사람을 우예 뽑습니꺼. 여서는 80%는 나올꺼라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