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국내 자산 운용사들이 러시아 펀드 신규 설정·환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증시 폭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40% 넘게 폭락한 가운데 1600억원이 넘는 펀드 자금이 묶이게 됐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공모펀드 중 러시아 주식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 1개를 포함해 총 9개다. 9개 펀드 설정액은 1628억원에 이른다. 9개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41.3%로 올해 들어 반 토막이 났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 제재가 강화되면서 국내에서 판매된 러시아 펀드들의 환매도 줄지어 중단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의 환매와 신규 설정을 중단하기로 판매사와 협의했다. 지난달 28일 신청분부터 적용되며 기준가 적용일은 3월 4일이다. 현재 이 펀드 설정액은 모펀드 기준 584억원으로 국내 러시아 펀드 중에서는 가장 많은 규모다. 포트폴리오에서 러시아 거래소에 상장한 종목 비중은 56.6%다.
KB자산운용은 ‘KB러시아대표성장주’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하고 판매사에 관련 내용을 알렸다. 펀드는 3월 2일 기준가 적용분부터 환매 설정이 연기된다. 신한자산운용도 ‘신한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 ‘신한더드림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 등 러시아 펀드의 환매를 3월 3일 기준가 적용분부터 연기하기로 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주식 ETF도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KINDEX 러시아MSCI’ ETF의 괴리율(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의 차이)이 30%를 넘자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이날 이 ETF는 16.68% 급락했다. 추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ETF는 3거래일 단위로 단일가 매매가 시행되고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 러시아가 지수에서 제외될 경우 대규모 자금이 이탈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