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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혜수 "책임감 컸던 '소년심판', 진심 담아 잘 해내고 싶었다"


입력 2022.03.13 13:51 수정 2022.03.13 13:5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공개 2주차,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

"청소년 범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소년심판'이 장르물뿐 아니라, 우리나라 법정물도 전 세계에 통했다는 걸 입증했다. 넷플릭스의 시청 시간 공개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소년심판'은 3월 첫째 주(2월 28일∼3월 6일)에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이후 2주 차에 정상에 오르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소년심판'은 소년 범죄의 근원을 섬세하게 찾아가는 작품으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강력한 처벌을 피해가고, 이를 악용해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청소년 범죄의 반복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제를 거울처럼 비추는 것과 동시에 더 나아가 어른과 정부, 시스템의 역할까지 짚어 호평을 받고 있다.


김혜수는 '소년심판'에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단호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심은석 판사 역을 맡았다.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대놓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범죄의 무서움과 이로 인해벌어지는 비극을 가르친다. 또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김혜수는 이 작품을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무거운 주제로, 배우와 제작진 모두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년심판'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지금 이 사회에 꼭 필요했기에 김혜수의 마음과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소년 범죄를 다루는 방식이 참 좋다고 느꼈어요. 에피소드마다 소년 범죄 사건, 가해 소년,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의 가족, 그리고 판사들과 그 저변의 인물들까지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았거든요.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 한쪽을 변호하거나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서 마음에 와닿았어요. 이 메시지가 정말 명확하게 보는 사람들에게 와닿으려면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재미라는 게 시청자를 현혹하거나 극적인 면에 치우치는 의미는 아니고요. 이 작품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해내는데 모두가 한마음이었어요. 그 진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소년심판'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각자 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점, 이후 개선되어야 할 방향들에 대해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야말로 미디어의 순작용인 셈이다. 김혜수는 작품 하나가 세상을 변화시키진 못하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소년심판'을 통해 인식이 달라지고 사회 속 우리의 역할에 대해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


"소년범을 바라보는 저의 감정적인 태도, 편협한 시각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드라마가 공개된 걸 보니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게 느껴졌어요. 많은 분들이 저 같은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사회 전반이 가진 소년범 문제에 대해 시청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시는 걸 보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특히 지금의 적법 기준이 어떻게 되고 무엇이 개정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토론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조금 더 올라와서 많은 분들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이 모습은 정말 고무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극 중 우배석 판사 심은석 외 좌배석 차태주(김무열 분),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 분), 나근희(이정은 분)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소년재판은 한 명의 판사가 진행하지만 극 중에서는 세 명의 판사가 판결에 나서며 극적인 재미와 주제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 판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세 명의 판사 캐릭터에 배분한 것이다.


심은석과 달리, 비행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건 판사뿐이라며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차태주, 22년간 소년 법정을 지키며,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의 테두리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강원중, ​현실적인 법 처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나근희는, 한 사건을 바라보는 다각적인 시선을 던지며 균형을 맞춘다.


"실제 신념이 다른 판사들의 유기적인 반응 것들을 통해 다각적인 시선,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극적인 재미를 위해 재판을 같이 하는 걸 택했고요. 판사들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각자 소식들이 더 정확하게 나오죠.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가 아닌, 법관들의 다양한 주장들이 다각적인 시선으로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장치였어요. 작가님의 아이디어였는데 저는 그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대사로 설명이 되긴 하지만 사실 일반적인 사건 판사와 소년법 판사는 조금 달라요. 검사도 없고 법에 근거한 판결뿐 아니라 실제 소년범들을 만나고 이후의 생활에도 예의주시하죠. 판사의 역할이 아주 커요. 심은석처럼 발로 뛰는 판사가 많진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준비하면서 제가 작업 전에 만났던 현역 법관, 판사들의 모습이 심은석, 차태주, 강원중, 나근희에게 투영됐죠."


현재 형법에 따르면 촉법소년 기준 연령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이들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으며 소년법에 따른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고, 잔혹해지면서 소년법 폐지 요청이 국민청원에 오르기도 하고, 소년 범죄 기사에는 강력 처벌을 원하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혜수는 현실성에 맞게 소년법이 개정되어야 하지만,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다각적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청소년에게만 손가락질할 것이 아닌, 범죄를 저지르게 된 환경과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저도 나름대로 (청소년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촬영을 준비하며 실질적으로 현역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현실을 들여다보니, 사건에 대해 법적인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무언가를 개정하거나 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어요. 스스로 관심 있다고 믿고 있던 분노나 가슴 아파하는 것들은 감정적인 접근이었고요. 소년범, 피해자를 향한 시선이 굉장히 편협했음을 느꼈어요. 실제 소년범이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하는 건 동의해요. 다만 소년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 아직까지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어른,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제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이런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스템과 제도적인 장치가 병행되어야 하는 굉장히 방대하고 단순하지 않은 문제죠."


김혜수에게 극장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김혜수는 에피소드 별 사건이나 주인공 외에도 비행 청소년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소년범이 비행을 하게 된 이후, 관리나 아이들의 갱생, 처우에 관한 것들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의 이야기도 많이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그분들은 사실 제도적인 지원을 받기보다 신념이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강력 범죄 에피소드만큼 중요했고 저에게는 인상적이었어요."


김혜수는 심은석 판사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법관, 판사들을 만나고 법정 참관도 하며 부지런히 발로 뛰었다. 다만 실제 연기할 때는 실존 인물을 염두에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인물이 전제가 돼 읽히길 바라진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판사님들을 만나고 판정을 참관하면서 만들어나갔어요. 평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복식, 판사님들이 실제 법정에서 소년범을 다루는 방식도 참고했고요. 제 역할을 떠나서 실제 법정을 경험하면 소년범들 뒤에 보호자들의 태도나 반응도 바라볼 수 있는데, 이런 감상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심은석의 대사 억양이나 표정을 의도적으로 설정하진 않았어요. 그럴 수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어요. 심은석의 신념, 소년범을 바라보고 피해자, 가해자 가족 등을 대하는 태도 그런 것에만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상황에 맞는 대사톤이나 표정 같은 게 쌓인 것 같네요."


그는 '국가 부도의 날', '내가 죽던 날'에 이어 '소년심판'까지 사회의 정의를 위해 용기는 내는 인물을 연기했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잇따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제작자들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뭔가를 의도해서 일을 결정하진 않아요. 그냥 제 마음이 동해서 선택한 작품들이죠.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이런 변화를 줘야지'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요. 어릴 때는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해도 잘 안되는 것 같아 의도적으로 도전했던 시기들이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저는 제 마음이 가는 대로 하려고 해요"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정은과 이번 작품에서 부장판사와 우배석 판사로 다시 만났다. 이정은과의 재회는 좋은 배우와 전혀 다른 캐릭터로 다시 만난다는 것이 배우에게 큰 축복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됐다.


"이정은 배우도 이 작품을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고, 이를테면 주제나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었어요. 전작에서 좋은 경험을 안겨줬던 배우기 때문에 이정은이 연기하는 나근희가 기대됐어요."


극 말미 심은석 역시 청소년 범죄 피해자 가족이란 사실이 밝혀지며 극의 깊이와 속도감이 빨라진다. 심은석은 이 설정이 청소년 범죄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닿길 바랐다.


"우리 드라마가 잔혹한 소년범죄와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의 가족까지 보여주잖아요. 저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소년범이 될 수 있고, 피해자나 가해가,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될 수 있죠. 이런 걸 수미상관으로 보여준 것이죠.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시적인 문제를 함축하는 설정이었어요."


김혜수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분노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 게 아닌 소년 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사건의 이면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현역에 계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 사명감과 함께 현실적인 한계가 무엇인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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