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 금융감독 개편②] 금융위·금감원 모두 다이어트 '촉각'

잇따른 초대형 금융사고 책임론

개편 시 권한 재조정 논의 전망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중심축으로 한 금융감독 체계 개편 여부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데일리안

새 정부에서 금융감독 체제에 메스를 들이댈 경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조직 다이어트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도와 감독의 양 날을 모두 쥔 금융위도, 시장을 향한 저승사자 역할을 해 오던 금감원도 권한 재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의 금융당국 시스템이 정립된 후 초대형 금융사고가 줄을 이어 왔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평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와 금감원을 축으로 한 현행 금융당국 구조가 구축된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다. 금융시장의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중복 규제를 막아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 핵심이었다.

금융위는 이때부터 금융 정책과 감독 권한을 한 손에 쥐어 왔다. 통합이 대세였던 분위기를 반영한 구조였다. 당시 정부는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기치 아래 금융위의 정책적 기능을 강화했다.

금융위 산하 기관으로 꾸려진 금감원은 실제 현장에서 감독을 벌이는 야전사령관을 맡아 왔다. 감독을 직접 집행하며 금융사, 소비자와 가장 밀접히 접촉하는 금융당국 기구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런 금융당국 시스템이 효율적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금융위는 금융제도와 감독의 결정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실상 현장 감독권을 독점하며 시장에서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 구축 후 주요 금융사고 일지.ⓒ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잊을 만하면 반복된 각종 금융사고는 당국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워 왔다. 사태가 불거질 때마다 금융당국이 스스로 허점을 제공하며 사고의 빌미를 만들어 왔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의 배경에는 금융위의 저축은행 규제 완화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급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해소에 해법을 미루면서 사태를 확대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2013년 동양사태 때는 증권사 신탁재산에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10%로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폐지한 게 문제가 됐다. 그 덕에 동양증권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개인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이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서 벌어진 투자자 손실을 두고도 당국 책임론이 일고 있다. 5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개인·법인 일반투자자로 묶여 있던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요건을 2015년에 1억원 이상으로 완화한 뒤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규제만 풀고 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 금융당국 구조 개선이 단행된다면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일정 정도 권한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 제도 수립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다만, 당장 큰 변화를 가져가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회의론도 제기된다. 확실한 해법이 명확치 않은 만큼 현 상황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게 효율적이란 의견과 함께, 헤쳐모여식의 무리한 개편 시 조직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염려도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 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질의에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체제와 관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미세조정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 정부에 바란다 - 금융감독 개편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