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애니메이션, 추적 스릴러 ‘돼지의 왕’으로 재탄생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드라마화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이 학폭(학교 폭력)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동시에 추적 스릴러 서사로 긴장감을 선사하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원작의 메시지 전달 방식이 다소 거칠어 드라마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주제와 분위기는 이어가되 스릴러 장르 문법을 적용하는 영리한 방식으로 세계관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그간 웹툰 ‘지옥’이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되고, 애니메이션 ‘사이비’가 드라마 ‘구해줘2’로 리메이크되는 등 뚜렷한 메시지가 담긴 연 감독의 작품들은 새로운 창작물로 꾸준히 재탄생되고 있다. 원작 팬, 대중들 모두의 호평을 받으며 기분 좋게 문을 연 ‘돼지의 왕’이 이번에도 연 감독의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추후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이 지난 18일 첫 공개됐다. 현재 1, 2회까지 공개됐으며 주 2회씩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 추적 스릴러다.
이 작품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연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해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았었다. 당시 학폭 피해자의 비극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었다.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과감한 스토리부터 지나치게 적나라해 불편한 스토리를 극대화하는 사실적인 그림체까지. 높은 완성도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었다.
이에 이 작품의 드라마화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공존했다. 명작을 대형 OTT 작품으로 다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원작의 확고한 메시지가 자칫 희석되지는 않을지 우려를 모으기도 했던 것. 특히 티빙의 ‘돼지의 왕’이 추적 스릴러로 소개되자 이러한 우려는 더욱 깊어졌었다.
메시지가 뚜렷하고, 이를 영화 또는 웹툰에 맞게 흥미롭게 풀어내는 것이 장점인 연 감독의 작품들은 2차 창작물로 꾸준히 재탄생이 됐지만, 주제의식이 강렬하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적나라해 이 특징이 제대로 담기지 않을 땐 아쉬움을 유발하기도 했다. ‘사이비’를 드라마화한 ‘구해줘2’는 원작 특유의 사이비 종교에 대한 현실적 표현은 희석돼 담기며 ‘아쉽다’는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2회까지 공개된 ‘돼지의 왕’은 이러한 우려를 딛고, 영리한 각색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우선 청소년 관람불가 시청등급을 받은 이 드라마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학폭 현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내며 원작의 의도를 반영한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재문 제작자는 “표현 수위에 있어 자유로울 수 있어 감사한 환경이었다”라며 “(주제, 내용이) 조금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TV물에서 이렇게 무거운 주제로, 불편한 이야기를 긴 시간 흥미롭게 만든다는 건 도전이었다. 티빙 오리지널을 하며 힘들지만 쾌감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메시지의 제대로 된 구현을 위해 불편함도 감수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동시에 20년 전 학폭(학교 폭력)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사는 황경민 역을 맡은 김동욱이 당시 가해자들을 응징하는 연쇄살인마로 등장하면서, 이를 추적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흥미도 유발됐다. 무엇보다 이 과정이 과거 학폭 현실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하게 하면서 메시지를 강화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물론 원작 속 계급사회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장치인 김철의 존재와 경민, 종석의 관계가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풀릴지 등 남은 숙제들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초반, 원작 팬과 대중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낸 ‘돼지의 왕’이 원작을 어떻게 반영하고 또 확장해나갈지 기대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