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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월트 디즈니, 작품도·사회 활동도 '퀴어 베이팅 딱지' 언제 떼나


입력 2022.03.23 08:39 수정 2022.03.23 08:4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CEO"동성애 교육 금지법에 침묵한 것 사과"

퀴어 베이팅은 말 그대로 '퀴어를 낚는다'는 의미로 성소수자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설정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관계를 수정하거나 장난으로 끝내버리는 등의 배신하는 행위를 가리킬 때 사용된다. 성소수자에게 이 퀴어 베이팅은 기만의 행위로 간주된다. 현재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가 미디어와 사회 활동 안팎에서 행하는 결정들이 퀴어 베이팅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미녀와 야수' 스틸ⓒ월트 디즈니

플로리다주는 최근 공립학교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에는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해 교육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일명 '돈 세이 게이'라고 불리며 성적 소수자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리고 이 비판은 디즈니도 피해 가지 못했다. 플로리다주 올랜드에서 디즈니 월드 등 4개의 대형 테마파크와 호텔 등을 운영하고 있는 디즈니가 이 법안을 지지한 주 의원들에게 정치자금 30만 달러(약 3억 7000만 원)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체이펙 CEO는 디즈니가 이 법안에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지만,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규탄하지 않고 침묵했다면서 비난했다.


이에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 대한 모든 정치자금 후원을 멈추고 성소수자 인권 단체 등에 500만 달러(약 62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운동단체들은 디즈니가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할 때까지 기부금을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디즈니는 "HRC(인권운동단체)의 국가 비즈니스 성명서에 서명하고 그들의 노력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현재로서는 그들이 우리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놀라고 실망했지만, 우리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라고 답변한 상황이다.


여기에 점입가경으로 픽사 스튜디오 직원들이 디즈니가 픽사 작품 속 동성애 코드를 검열한다고 주장했다. 픽사 스튜디오 직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디즈니 임원들이 동성애 장면 대부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디즈니는 다양한 문화권을 바탕으로 인종·민족·종교·성(性) 차별 등의 편견을 경계하는 태도를 강조해왔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고 '이터널스', '루카', '정글 크루즈', '크루엘라' 등 작품 속에서도 캐릭터나 스토리텔링에 LGBTQ에 대한 친화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무엇보다 1991년부터 매년 '게이의 날'(Gay Days at Walt Disney World)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다.


이번 논란으로 디즈니가 LGBTQ를 향해 고수해왔던 자세를 두고 진정성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디즈니는 성소수자에 대한 넓은 포용력을 보여준다는 말을 때마다 '퀴어 베이팅' 지적도 함께 들어왔다. '이터널스'를 제외한 '토르: 라그나로크', '주토피아', '루카', '도리를 찾아서', '크루엘라' 등에서 성 전환자, 동성애자 커플 캐릭터들이 등장했지만, 직접적으로 묘사를 하거나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 실사회에서 첫 게이 캐릭터를 다루며 편견과 차별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게이 캐릭터로 알려진 르푸의 정체성은 짧은 장면에서 제스처로 표현됐다. '크루엘라'도 퀴어 베이팅의 대표적 예로 불린다. 디즈니는 '크루엘라' 개봉 전, 의미 있게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영화에서 아티 캐릭터의 성 정체성이 명확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아티가 자신의 컬렉션에서 빈티지 꾸띄르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장면이 '퀴어적 욕망'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모호한 해석만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디즈니가 다루는 동성애 코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각적이다.


하지만 작품이나 사회적으로 퀴어 베이팅 지적을 반복해서 듣고 있는 현재, 계속해서 관련 잡음이 들린다면, 디즈니가 진심으로 LGBTQ를 포용했다기보다는 동성애를 시장으로 인식한 것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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