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지난해 연 매출 1조원 달성
SM, YG엔터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기록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은 코로나 팬데믹도 이겨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가요 기획사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을 비롯해 SM, YG엔터테인먼트까지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들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 같은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건 각 기획사의 아티스트들의 활약 덕분이다.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매출이 1조2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8.0%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903억원으로 31%가 증가했다. 하이브가 연매출이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국내 가요 기획사를 통틀어 최초다.
SM과 YG 역시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달성했다. SM은 지난해 연 매출 7015억원을 냈고, 영업이익은 954.1%나 상승한 685억원을 기록하면서 당기 순이익 123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YG는 지난해 매출액 3556억원, 영업익 506억원으로 각각 39.3%, 370.4%씩 증가했다.
이 같은 기획사들의 성장을 이끈 건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주요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가장 큰 매출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하이브의 공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80%가량 증가한 497억원에 달했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 콘서트의 영향이 컸다. 공연 매출의 91.15%인 453억 원이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연 4분기에 발생했다.
음반 판매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케이팝 음반 판매량은 가온차트 1∼400위 기준 5709만장에 달해 전년 대비 36.9% 늘었다. 음반 수출액 역시 2억2083만6000달러(약 2641억원)로 62.1%나 뛰었다.
하이브 역시 앨범 매출이 3785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 10주 1위를 차지한 ‘버터’로 740만장을 판 것에 이어 세븐틴 370만장, 투모로우바이투게더 180만장, 엔하이픈 220만장 등 대부분의 가수들이 수백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하이브가 인수한 이타카 홀딩스 소속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도 각각 240만장, 235만장을 팔며 앨범 매출에 기여했다. SM도 NCT와 에스파 등의 성공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약 2배 수치인 1762만1000여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에선 팬데믹을 이겨내고 오프라인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올해 주요 가요 기획사들의 매출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공연문화에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보복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가장 뚜렷한 변화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드러난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전날 JYP엔터는 5.74%(3300원) 오른 6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52주 최고가며 JYP엔터가 6만원대에 진입한 것도 지난 2001년 8월 상장 이후 처음이다. 장중에는 6만2300원으로까지 올랐다. JYP엔터는 올해 연초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1월 말에는 3만8000원선으로까지 떨어졌지만 2월 들어 반등에 나서면서 꾸준히 올라 6만원선까지 도달했다. 지난달 22일부터는 시가총액도 2조원대를 돌파해 현재 2조1582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 1월3일 1조7997억원 대비 3585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는 세계를 휩쓴 오미크론 변이가 안정세를 보이자 해외 각국에서는 올해 들어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해외 오프라인 투어 길이 열리면서 가능했던 성장세다. JYP엔터 대표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는 지난달 7회에 걸친 미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월 일본에서 3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도 올해 국내와 일본, 미국 등에서 월드투어 15회가 예정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앨범 판매량이 글로벌 흐름에 역행한 모습을 보여 전년 기저효과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지난 1, 2월 엔터 4사의 합산 앨범 판매량은 각각 122%, 83% 급증하는 모습으로 볼 때 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동북공정 이슈나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지적 등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강해지고 있는 추세인 터라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콘서트와 글로벌 앨범 판매로 큰 성장을 보인 대형 기획사들과는 달리 코로나19 이후 공연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앨범 제작에 필요한 자본 유통이 불가했던 중소기획사와 인디레이블 등의 양극화가 더 심각해진 상태다. 올해 들어 국내에서도 콘서트에 대한 방역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대중음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