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사이클' 지속…원재료값·수요 부진 탓
러시아발 원자재 대란 및 공급과잉 우려 지속…신사업으로 부진 탈출 노력
석유화학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값 상승·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하락 사이클'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과 에틸렌 공급과잉은 마진 감소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초소재(석유화학) 부진에 업계는 신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LG화학은 친환경·배터리 소재와 신약 개발 등 3개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며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수소·배터리 소재 투자에 전략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원재료 가격 강세 및 수요 부진으로 상반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LG화학의 1분기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각각 8347억원, 8888억원으로 모두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40.7%, 58.5% 급감한 수치다.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사업 흑자에도 저조한 석유화학(기초소재) 부문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의 상반기 실적도 마찬가지다.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76.8% 감소한 1445억원에 그치는 데 이어 2분기에도 64.2% 적은 2128억원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43.6%, 20.9% 떨어진 1436억원, 1749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 강세로 원료비가 크게 오른데다, 수요도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이익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오며, 평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나프타 비중은 70%를 웃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석화업계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자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축소됐다. 올 1분기 평균 스프레드는 273달러로 작년 3분기 335달러, 4분기 377달러와 비교해 18.4%, 27.5% 낮아졌다. 1분기 스프레드가 하락했다는 것은 원재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부진은 정유사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손실이 1분기 994억원, 2분기 1492억원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영업이익이 1분기 551억원, 2분기 836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3.9%, 37.6%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에틸렌 공급과잉…석화업계 2Q도 한숨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대란이 이 같은 불확실성 우려를 장기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 천연가스 등 러시아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은 최근 비축유·가스 공급에 나섰지만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해소시키기에는 턱없이 적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 우려가 지속되면서 석유화학 원료 가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올해에도 지속되는 에틸렌 설비 증설은 가뜩이나 느려진 석유 업황 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에틸렌은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로 주로 쓰이는데, 기술장벽이 낮아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설비 증설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IHS마킷 등 글로벌 주요 기관은 에틸렌 설비가 지난해 1054만t에 이어 올해 919만t 증설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초 아시아 주요 에틸렌 설비 가동률을 10~15% 낮아졌으나 잉여 설비는 연산 400~500만t 늘었다"면서 "여기에 신규로 600만t 설비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석화업체들은 '빨간불'이 켜진 기초소재 사업 부문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신사업 등에 조 단위 투자를 하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당장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신사업 이익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시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3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내세운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신약 개발 등의 성과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리사이클, 신재생에너지, 생분해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 이들 신사업에서 2030년까지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수소에너지사업단’과 ‘전지소재사업단’을 신설하고 수소와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2030년까지 총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세웠다.
한화솔루션은 전기차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발 맞춰 배터리 소재에 활용되는 가성소다 생산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 다른 성장축인 풍력·그린수소 등에서도 투자를 지속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8월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개발업체인 RES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풍력 사업 발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