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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사직썰㉚] 호박 품종개발 3년 단축시킨 그 기술…농진청이 해냈다


입력 2022.04.07 06:30 수정 2022.04.06 13:30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6~8년 걸리던 품종개발에 단비

대량 분자표지 세트 활용법 찾아

민간 종자기업 디지털 육종 지원 잰걸음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개발한 호박 대량 분자표지 세트는 품종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이 세트를 활용해 국내 종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헬로윈에 등장하는 메인 케릭터는 호박이야. 커다란 호박의 속을 긁어내고 조각을 해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지. 애호박 된장찌개는 언제나 실패 없는 멋진 요리지. 호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기나 맛이 매우 다양해. 그런데 호박의 품종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무려 6~8년이야. 그만큼 품종개발과 육성이 쉽지 않은 분야라는 얘기지.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렇게 오래 걸리는 호박 품종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냈어. 바로 호박 대량 분자표지라는 것이야. 이 기술을 통해 앞으로 민간 종자기업의 디지털 육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가 돼.”


호박은 중앙・남아메리카에서 기원해 매우 오랜 기간동안 재배 돼 왔다.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특히 우리 밥상에서 반찬으로 많이 활용되는 애호박과 풋호박은 동양계 호박(모샤타종)에 속한다.


그리고 같은 박과채소인 수박, 오이, 참외, 멜론 등에 강한 뿌리를 제공하는 대목으로도 많이 쓰인다. 우리나라 호박 육종은 흰가루병과 바이러스에 강하고 겨울철 저온에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은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사는 “호박 품종 개발 과정에서 한 두가지 단점을 개량하면서 기존 품종의 우수한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여교배 방법을 사용한다”며 “국내 종자회사와 지속적으로 컨설팅을 수행해 품종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호박 대량 분자표지 기술을 개발한 이은수 농업연구사가 연구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세계 최초 동・서양계 호박 대량 분자표지 세트 개발


농진청은 육종 기간을 단축해줄 수 있는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개발하기 위해 동양계 및 서양계 호박 핵심계통을 각각 38개, 40개를 수집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그리고 각 계통별로 염기서열 차이가 있는 단일염기다형성(SNP) 정보를 기반으로 동・서양계 호박에서 각각 219개와 240개 분자표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종자 순도검정과 품종판별을 할 수 있는 분자표지 세트도 각각 41개와 42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단일 분자표지에 비해 12배 이상 속도로 분석이 가능하다. 적용 효율은 약 93% 이상이다.


실제로 개발한 호박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이용해 민간 종자기업의 호박 육종 소재 95점에 적용한 결과 우수 품종 형질을 조기에 선발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 여교배 집단에서 흰가루병에 저항성이면서 우량한 대목 특성을 지니는 개체를 조기에 선발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이 연구사는 “개체별로 하나하나 심어보지 않고 다음 세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품종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며 “또 호박 재배에 드는 토지와 노동력 절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간 종자회사들 디지털 육종 시대 성큼


이번 연구는 호박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이용해 여교배 세대를 단축하고 궁극적으로 품종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는데 중점을 뒀다. 여교배는 잡종 제1대와 처음 교잡에 사용한 양친 중 어느 한쪽과 교잡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품종개발에는 6~8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이 기술을 활용하면 육성 기간을 3~4년으로 절반 가까이 단축할 수 있다. 이는 여교배 세대를 최소 2번만 진전해도 최대 95%까지 우수계통으로 회복된 개체를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발한 분자표지를 이용해 종자 분쟁 발생 시 품종의 진위성 검정과 품종보호 출원 시 대조품종 선정, 그리고 종자 유통 관리 등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농진청은 ▲동・서양계 호박 여교배 호박 세대단축을 위한 분자표지 세트 ▲동・서양계 호박 순도검정과 품종판별을 위한 분자표지 세트 등을 산업재산권으로 특허 출원했다. 이와 함께 이 기술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민간 종자회사 4개 기업에 기술이전을 했다. 기술이전 규모만 총 10건, 6800만원 수준이다.


호박 대량 분자표지는 품종개발 비용 절감과 국내 종자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군득 기자

◆품종개발 비용 절감과 국내 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석이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산업진흥센터와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추진하는 ‘디지털육종전환지원사업’과 연계해 컨설팅과 분석서비스 등이 진행 중이다.


경제적 효과도 벌써부터 속속 나오고 있다. 호박의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활용함으로써 품종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4분의 1 이하로 절감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신품종을 조기에 출시하면서 국내 종자회사의 국제경쟁력 상승도 덤으로 얻었다.


농진청은 이번 개발이 궤도에 안착하면 향후 종자산업 강화를 위해 내수품종의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해외수출용 품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기존 관행육종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분자표지를 이용한 개체 선발 등 디지털 기술 방식으로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이 연구사는 “호박 분자표지 세트가 종자산업 활성화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민간에서 요청하는 내용을 잘 경청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월 14일 [新농사직썰㉛]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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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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