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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BTS로 잡아둔 시청률…속 보이는 ‘그래미’의 노림수


입력 2022.04.07 08:35 수정 2022.04.07 08: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그래미' 중계한 엠넷, 기존 평균 대비 10배 이상 시청자 수 상승

“20여년 진행을 하면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머스’ 부문(시상)이 이렇게 뒤로 빠진 건 처음 본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한 건데, BTS 때문에 뒤로 미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일 오전 진행된 64회 그래미 어워즈의 진행을 맡은 배철수, 임진모 평론가의 말이다. 이들의 말처럼 해당 부문 시상이 그래미 어워즈 말미까지 이어진 것은 역대 최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본시상식이 진행되기 전, 사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를 발표하고 트로피를 건네 왔다.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오른 부문이기도 한데, 팬들 사이에선 시청자 확보를 위해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방탄소년단을 ‘시청률 미끼’로 잡아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제너럴 필드’로 불리는 4대 본상(‘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도 아니다. 거의 마지막에 발표할 이유가 없다.


또 방탄소년단은 크게 세 차례 등장했는데 등장 시점들도 교묘하다. 방송 초반에는 퍼포머로 무대에 올라 글로벌 히트곡 ‘버터’를 선보였고, 중반에는 시상식의 진행을 맡은 트레버 노아와의 관객석에서 인터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들이 후보로 지명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시상은 방송 말미까지 이어졌다. 방송 초,중,후반에 방탄소년단을 배치한 것이다.


그래미의 노림수를 지적하는 건, 방탄소년단을 홍보 미끼로 활용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시상식 진행 전은 물론 시상식 당시에도 중간 광고 때마다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정작 퍼포먼스 무대를 후반에 배치하면서 팬들을 인질 삼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미국 유력 매체 포브스도 “그래미 측이 밤새도록 방탄소년단 무대를 홍보하며 팬들을 인질로 잡았다는 농담도 나왔다. 방탄소년단을 시청률 미끼로 뻔뻔하게 써놓고 그래미 역사상 가장 적은 880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을 활용하고도 역사상 가장 적은 시청자를 기록했던 탓일까. 그래미는 올해 더 적극적으로 방탄소년단을 미끼삼았고, 실제 이 점을 노렸다면 이번 시상식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빅히트뮤직

시청률전문기업 TNMS에 따르면 그래미 어워즈를 중계한 채널 엠넷이 일주일 전 동시간대 평균 시청자 수 9000명보다 10배 이상 많은 9만3000명의 시청자가 동시 시청했다. 특히 시상시 말미 방탄소년단이 후보로 오른 ‘베스트 팝 듀오/퍼포먼스’ 부문 수상 발표가 있던 오전 11시58분경에는 순간 시청자 수가 14만 7000명까지 상승했다. 미국 시청자는 사상 최저치였던 지난해의 880만명보다 단 1% 증가한, 893만명이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는 올해부터 비백인, 여성, 아시안, 젊은 심사위원을 늘리면서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실제 시상식에서도 본상 4개 부문은 흑인 등 비백인과 여성에게 돌아갔다.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고, 메시지가 끝난 뒤 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레전드는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턴과 함께 전쟁 종료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노래 ‘프리’를 열창하기도 했다.


그동안 그래미는 영어권 중심의 백인 남성 가수를 우대하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비판받아왔다. 미국 3대 음악상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 음악성을 최우선으로 두지만, 다양성엔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올해 변화의 조짐을 보였지만 이런 이력이 있는 터라 아시아 그룹을 홍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듯한 뉘앙스는 더 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실망감에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 그래미 측이 시청률 상승에 방탄소년단을 이용했다는 건, 동시에 그만큼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명성을 인정한다는 것과 같다. 이미 방탄소년단은 많은 성과를 이뤄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부문의 후보에 이름을 올릴 것이다. 게다가 소속사 하이브도 미국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만큼, 미국 음악업계에 방탄소년단의 우군도 늘어나고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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