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열에 '규제 완화'→'가격 안정'으로 옮겨진 무게추
대선 기간 때 비교해 '정제'된 발언 "안정 위주로 움직일 것"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계속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의 노선을 규제 완화에서 가격 안정으로 정한 것인데, 그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작용하며 이른바 '윤석열 효과'로 들썩이던 재건축 시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지난 18일 "부동산 관련 정책 발표 시점이 상당 기간 늦춰질 것 같다"며 "발표 시점은 추후 최종 조율을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이번주부터 부동산 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사실상 규제완화보다 가격우선으로 무게추를 옮긴 것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불안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도심 내 공급확대를 약속한 만큼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가을부터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대선 이후 도시정비 사업 및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에 따른 기대감으로 꿈틀대고 있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호재가 있는 용산구의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인수위 안팎에선 속도조절론이 분출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부동산 가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부분은 매우 안정 위주, 신중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비판하면서 당선되면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언급해온 것을 고려하면 발언의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불안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인수위의 행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됐던 시기 상황과 비슷하다. 이 전 대통령 선거 기간 '정부는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등에만 개입하고 중산층 이상의 주거는 시장기능에 맡긴다'는 부동산 정책 방향을 내걸었다. 그러면서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규제와 참여정부 시절의 세제 완화 공약했는데, 이는 당선 직후 시장에 즉각 반영되기 시작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상승세를 탔고, 한달이 넘도록 우상향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인수위에선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지금처럼 진화에 나섰다. 당시 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는 "부동산 가격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떤 정책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로도 인수위에선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기보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뒤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계속해서 보냈고, 결국 규제완화 기대감이 수그러들며 오름세가 꺾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속도를 얼마나 조절하느냐가 시장의 안정을 이끌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로 시장을 눌러 둔 것과 금리 등 그때와 지금 시장 상황이 닮은 부분이 많다"며 "인수위도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관건은 어느정도 수준으로 조절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지 않고 시장에 그때그때 마다 반응한다면 시장이 안정되는 것도 잠깐 뿐일 수 있다"며 "속도조절이 장기간 이뤄지면 그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