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첫 고발…사법 장악 본보기 된 조희대 [뉴스속인물]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

입력 2026.03.13 11:18  수정 2026.03.13 12:26

현직 사법부 수장 하급심 피고인석 설 가능성 대두

법왜곡죄 시행에 판·검사 고소·고발 일상화될 우려

범여권, 탄핵 시도도…野 "사법시스템 마비 현실화"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죄 1호 고발 대상이 됐다. 사법개혁 3법(대법관 증원·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제 도입) 도입 첫 날 벌어진 일이다. 사건 처리에 따라 현직 사법부 수장이 하급심인 1, 2심 재판부 피고인석에 서는 초유의 사태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고발을 신호탄으로 판·검사에 대한 고소·고발이 일상화 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여당의 사법 장악 시도가 노골화 되고 있단 지적마저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에이)는 전날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형사소송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취지의 고발이다.


법왜곡죄는 형사법관, 검사 또는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법안은 지난 2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가결됐고, 이달 12일 시행됐다.


앞서 대법원은 작년 3월28일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접수한 뒤 34일 만인 5월1일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함께 고발된 박 대법관은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 전 주심 대법관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수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한 달여 만에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졸속 재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고심은 1·2심처럼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이 아니라 법 적용과 법리 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으로서, 필요한 기록을 충실히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수사과는 해당 사건을 이 변호사 주소지 관할 경찰서인 용인 서부경찰서에 배당했다. 이는 경찰의 법왜곡죄 '1호 수사'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은 법왜곡죄로 수사기관에 불려 갈 가능성과 함께 탄핵 위기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전날 최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 12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안 발의에 필요한 99명 의원의 서명을 받기 위해 각 당의 지도부 면담 등 개별 설득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여권의 사법부 장악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어제 새벽 0시부로 사법 파괴 3대 악법이 시행되자마자 고발과 재판소원으로 인한 사법시스템 마비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빠르게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1957년 6월6일생으로 경상북도 경주시 출신이다. 경주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 대학교 로스쿨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각급 법원에서 판사와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이후 2012년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냈고, 2014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대법관을 역임했다.


대법관 퇴임 이후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했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부결 사태 이후 2023년 12월 제17대 대법원장으로 임명됐다.


조 대법원장은 '엘리트 코스'로 불리는 행정 보직을 거의 거치지 않고 30년 넘게 재판 현장을 지킨 '정통 법관' 출신이다. 그는 대법관 퇴임 후 대형 로펌행을 택하는 관행을 깨고 학교로 돌아가 법조계 신망이 두텁고, 인사 청문회에서도 큰 결격 사유가 거론되지 않는 등 청렴하고 소신 있단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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