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증시 충격 이후 부동산 언급 줄어
거래설 논란 검찰개혁 언급도 일시 정지
하루 만에 재개된 X…'외교·물가'가 채워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메시지 발신 기조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하루 수 차례씩 다주택자를 조준하던 '부동산 드라이브'가 눈에 띄게 줄고 의례적인 국정 홍보로 대체되고 있다. 검찰개혁 관련 메시지도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 이후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11일) 하루 동안 이 대통령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중 엑스에는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가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일정이 있던 가운데, 앞서 해외 순방 기간에도 엑스를 통해 부동산 매각 압박 메시지를 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다만 이날 오후 들어 이 대통령은 엑스에 다시 게시물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오후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 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국가적 과제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 뜻깊은 사례"라며 "특별법 통과로 한미 관세 합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식품업계가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성과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식용유와 라면 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하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가로 악명 높은 대한민국,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가격 인상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동산 이슈 등 정치적 메시지 대신 외교·경제 현안과 관련한 정책 메시지를 중심으로 게시물이 올라오는 점도 이전과 다른 흐름이다.
이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현안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히며 정치권에 의제를 제시해왔다. 이 대통령의 현안한 관련 엑스 글은 정치권에서 번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1~2월 이 대통령의 엑스에는 하루 여러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날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 대통령의 엑스는 '잠들지 않는 국정 창구'로 불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자정 전후나 아침 출근 시간대에도 부동산 세제 개편과 다주택 매각 압박 등 부동산 현안 글을 올리며 메시지를 이어갔다. 주말과 연휴를 가리지 않고 게시물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24시간 메시지 발신이 이어졌던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발언이 잇따랐다. 지난 1월 23일에는 "다주택은 물론, 비거주 1주택도 주거용이 아닌 투자 투기용이라면 장기 보유했다고 세금 감면을 해주는 건 이상해 보인다"고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X·옛 트위터). 이 대통령은 12일 식품업계의 라면과 식용유 값 인하에 대한 보도를 공유했다.ⓒ엑스 캡처
같은 달 31일에는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 같으냐"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 될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코스피 5000 달성), 계곡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시장을 몰아붙였다. 2월 26일에는 "잠긴 매물은 질식할 것이고, 버티기는 더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세제·금융·규제 등 막강한 권한으로 망국적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순방 중이던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도 엑스를 통해 "집을 사고파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이익이나 손실이 되게 할지는 정부가 정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을) 팔기 싫으면 그냥 두시라"고도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도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 구조 문제를 언급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부동산에 부가 집중되며 사회 양극화와 서민의 고통을 부추기는 고질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코스피 6000 달성 등 주가지수 상승세를 염두에 둔 듯 "부동산에 묶여있던 돈이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도 평가했다. 이는 부동산에 묶인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이른바 '머니무브'를 언급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최근 분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것을 두고도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이동시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집을 판 돈을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 복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의 부동산 언급 빈도 감소 등 엑스 메시지 변화가 자산시장 변동성 확대와 맞물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지난 4일 코스피가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발생한 것이 계기였다는 목소리다. 3·1절 연휴 직후 검은 화요일(3일)에 이어 검은 수요일(4일)이 이어지며 코스피가 연일 급락세를 이어갔다가 5일 극적 반등을 한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른바 '검은 수요일'로 불린 시장 급락 이후 대통령 메시지에서 부동산 관련 언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급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라는 식의 폭풍 트윗을 하기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공소 취소 거래설' 논란도 겹친 상황이다.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검찰개혁 관련 엑스 게시물도 일시 중단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그간 엑스를 통해 검찰개혁과 관련한 메시지도 간헐적으로 직접 발신해왔다. 지난 4일 필리핀 순방 중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공유했다. 지난 9일에는 검찰개혁 논쟁과 관련해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는 여당 내 강경파가 검찰개혁 정부안에 반발하는 것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검찰에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파만파하는 상황에서 검찰개혁 관련 발언이 또 나올 경우 자칫 사법 리스크 해결을 위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해당 의혹을 황당한 음모론이라며 전면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이 특별검사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개별 현안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개혁 메시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마약범죄·공직부패·보이스피싱·부동산 불법행위·고액 악성 세금체납·주가조작·중대재해 등을 '7대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중동발 위기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 쌓인 불공정과 탈법·편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 통로 다변화, 불합리한 유류 시장 개혁,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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