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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시간, 윤석열의 위기


입력 2022.04.25 02:02 수정 2022.04.24 19:23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병석과 권성동 ‘야합 야반도주’ 수습책임 뒤집어써

최대한 시간 끌다 막판에 입장 밝히는 극적 반전 시나리오?

위헌 결정 내려질 가능성 커 어차피 무효될 졸속 입법

광기의 다수당 자폭 지켜보던 검찰, 국민들 닭 쫓던 개 돼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관련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공이 갑자기 윤석열에게로 넘어왔다.


민심 급속 이반(離叛)을 부른 권성동 때문이다. 문재인 임기 내 속전속결하려던 민주당의 광기(狂氣)에 모든 비판과 분노의 화살이 집중되던 여론이 윤석열-권성동으로 선회했다.


정치인들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야합 야반도주’에 국민의힘이 한 패가 되었고, 그 뒤에는 윤석열이 있지 않느냐는, ‘믿어지지 않는’ 의심이다. 그래서 그는 더 침묵할 수 없게 됐다. 거부권 행사 권한이 없는 5월 10일자 대통령이라 해도 그렇다.


윤석열은 민주당의 ‘처럼회’ 홍위병들이 주도하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장군’에 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특수통 검사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멍군’으로 응수, 느긋하게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그 문제는 법무부와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고 자기는 민생만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민형배가 법안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 여야검(검찰) 대결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때 국회의장 박병석이 그 팽팽한 긴장을 일시에 끊어버리고 새로운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키는 쇼 한 편을 기획했다.


그 중요한 법안 개요를 단 하루새에 뚝딱 만든 것도 놀라운데, 이걸 또 ‘죽음을 각오하고’ 반대하는 듯 했던 야당, 그리고 여당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1시간 간격으로 짝짝짝 박수쳐 수용, 국민들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국회의장 박병석이 언제부터 국가 형사사법체계 전문가였나?


그는 법대를 졸업하고 신문사에 들어가 사회부-정치부-경제부에서 기자 생활만 하다 정계에 입문, 6선 최다선 의원이 돼 국회의장이 된 사람이다. 국가 수사권 조정 법안을 ‘감히’ 기초할 고급 경력이나 학력이 없다. 그전 며칠 동안 여야 원내대표들을 불러 검수완박 법안 절충 문제를 얘기해왔다고는 하지만, 이해 불가의 속성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전문가 변신이다.


(수사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 문재인과 이재명만 무사하도록 고치기만 하면 ‘땡큐’인 민주당이야 그렇다 치고,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은 도대체 뭔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으로 검찰의 혹독한 수사를 당해본 사감(私感)이 작용한 것인가? 그는 “내가 다 불러준 대로”라고, 그 내용이 자기가 원하는 바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너무 어이없이 투항하고 말았다고 느끼는 게 검찰과 국민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자폭 대충돌을 지켜보던 그들이 한 순간에 닭 쫓던 개같이 되어버렸다. 가만히 놔두면 망할 사람들이 돌연 살아나게 생겼다.


박병석 중재안의 핵심은 ‘검수즉완박’이 아니라 ‘검수단완박’이다. 6대 범죄 수사권 즉시 완전 박탈이 아니라 4개월(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과 중수청(한국형 FBI)이 설치될 때까지 1년 반(경제와 부패) 유예하는 단계적 박탈일 뿐이다. 결국 검사들의 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다는 건 민주당의 원안과 다를 게 없다.


권성동은 ‘가장 중요한’ 보완수사권은 지켜졌다고 강조한다. 이것으로 소속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검찰과 일반 국민들은 정치인 방탄법에 야합한 것으로 본다. 공직자와 선거 범죄가 4개월 후 폐지되어서다. 그들이 이제 발 뻗고 자게 됐다.


그 비난의 불길은 취임 직전인 윤석열에게로 향하고 있다. 법치주의자로서 법치를 회복해 달라고 지지해줬더니 법치를 파괴하는 세력과 하나였다는 실망이다. 그의 검찰총장 사퇴와 대선 출마의 직접적 계기와 명분이 바로 검수완박이었다. 친구 권성동이 튀긴 오물을 청소할 책임을 뒤집어썼다.


윤석열의 시간이자 윤석열의 위기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87%가 중재안에 반대한다. 그는 두 차례 이준석 사태 때도 너무 오래 방치하다 봉합(縫合)하는 리더십을 보여 지지자들에겐 피로감, 반대자들에겐 조롱거리를 제공한 바 있다.


의석수에서 밀려 불가항력이라 실리(시간 유예 + 보완수사권)를 챙기는 중재안에 허겁지겁 ‘오케이’한 모양의 권성동은 윤석열이 중재안 내용과 합의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사실이라 해도 문제고 사실이 아니어도 문제다.


윤석열이 알았다면, 상설 특검과 경찰 통한 수사 등 대비책도 있으니 우선 시간을 벌고 보자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중수청 등 세부적인 내용들을 놓고 얼마든지 난항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잘 버티면 문재인 임기 내 공포가 물 건너가게 된다. 대검의 헌법소원(憲法訴願)도 믿는 도끼다. 위헌 결정이 확실하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인데, 그렇다면 어차피 무효가 될, 전문가도 공청회도 실종된 졸속 입법이다. 2년 후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기 전까지 가능한 모든 저지 방법을 그는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윤석열의 시간에 윤석열이 침묵하는 동안 그(韓)의 입이 곧 그(尹)의 입인 한동훈이 검찰과 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 마디를 적시에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이어 박병석 중재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20년 개정돼 2021년 1월부터 현재 시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제도에서조차 서민 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많은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다. 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윤석열 차례다. 그가 ‘권력과 부(富)를 가진 세력 견제를 위해 그래도 정의감과 실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검사들의 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불의하고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많은 국민들은 믿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 보호를 위한 검찰 수사권 유린(蹂躪)을 용인하는 윤석열은 그에게 표를 준 국민들이 알고 있던 윤석열이 아니다.


그는 검찰과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박병석과 여야 국회의원들의 짝짜꿍 협잡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곧 분명히 말할 것인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아래 입장으로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달랠 수 없다.


“취임 이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노력을 다하겠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어쩌면 침묵의 시간을 최대한 끌다 막판 엎어치기로 극적인 반전을 꾀하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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