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측 “착각한 것 아닌가” 되물어…정영학 “인터넷에서 찾아 기억해”
곽상도 측이 어떤 발언에 대한 대답인지 묻자 “종합적인 상황에서 말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15년 정영학 회계사를 두 차례 만나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사업계획을 듣고 사업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정 회계사의 증언이 나왔다.
정 회계사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의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2015년 2월 말 곽 전 의원이 일하던 변호사 사무실에 두 차례 찾아가 대장동 사업계획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곽 전 의원을 두 번째 만났을 당시 “곽 전 의원이 ‘삼수갑산에 가더라도 할 건 해야지’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삼수갑산은 발길이 닿기 힘든 오지를 뜻하는 말로,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독려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자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곽상도 피고인은 삼수갑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정 회계사의 진술이 사실인지 되물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 듣고 착각한 것이 아닌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제가 회계사라 한문에 약해서 삼수갑산의 뜻을 인터넷에서 찾아봐서 기억한다”고 답했다.
특히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정 회계사가 곽 전 의원의 삼수갑산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이런 부동산 개발 사업은 위험도 크다”고 밝히자, 곽 전 의원이 이같이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공판에선 정 회계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인데 사업을 해도 괜찮겠나”라고 묻자, 곽 전 의원에게서 삼수갑산 발언이 나왔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의 변호인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증인의 어떤 발언에 대한 대답으로 곽상도 피고인이 삼수갑산을 언급했나”라고 재차 물었고, 정 회계사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종합적인 상황에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응답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난해 4월 말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는다.
또한 20대 총선 전후인 2016년 3~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정 회계사는 자신이 김만배 씨의 지시로 곽 전 의원을 두 차례 만나 대장동 사업계획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지만, 곽 전 의원은 당시 대장동 사업에 영향을 행사할 지위가 아니었으며 사업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핵심 증인인 정 회계사는 앞선 공판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해 병채씨에게 지급된 화천대유 퇴직금에 대해 김씨가 “컨소시엄을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말한 것을 전해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