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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헤어질 결심’…칸 달군 박찬욱의 ‘매혹적 멜로’ [칸 리포트]


입력 2022.05.24 07:05 수정 2022.05.24 09:16        데일리안 (프랑스 칸)=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었다.


23일 오후 6시(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월드프리미어로 첫 상영됐다.


ⓒCJ ENM

이날 첫 공식 상영에는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이 함께 했다. 세 사람은 상영 직전 여유로운 모습으로 레드카펫을 밟으며 팬·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 감독은 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62회 칸 영화제에서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16년에는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 칸을 찾았었다. 이번 작품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네 번째로 칸을 방문하면서 공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었다.


베일을 벗은 ‘헤어질 결심’은 기존의 박 감독 영화와는 결이 다른 ‘멜로’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었다. 물론 ‘아가씨’, ‘박쥐’ 등에도 멜로적 요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주인공들의 감정의 파고가 극을 전개하는 원동력이 된다. ‘수사 멜로극’을 표방하는 만큼 변사 사건의 범인을 뒤쫓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서스펜스도 물론 있다.


다만 해준과 서래의 감정의 실체와 그들의 관계 변화를 쫓아가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흥미가 ‘헤어질 결심’의 매력이 된다. 특히 탕웨이가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연기하면서, 중국 여성과 한국 형사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멜로 분위기가 형성이 되기도 했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서사가 아닌, 있을 법한 감정들로 몰입을 끌어내는 작품인 만큼, 잘 구현된 세트와 화려한 미장센 등 박 감독 특유의 표현주의적 비주얼을 접하는 재미는 전작들에 비해 다소 덜하다. 그럼에도 독특한 화면 전환과 스타일리시한 비주얼 등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박 감독 특유의 개성을 느낄 수 있다.


박 감독은 전날 티타임을 열고 기자들을 만나 이 작품에 대해 “늘 로맨스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영화에 그런 요소가 있다. 또 하나의 로코를 만드는 게 저한테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전면에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탐욕과 섹스가 강하게 묘사될 필요는 없었다. 좀 더 미묘하게 관객들한테 스며드는 그런 영화를 하고 싶었다. 고전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다. 잘못하면 구시대적인 영화가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좀 고전적이고 우아한 영화를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상영이 끝난 이후 관객들은 약 8분 여 간 ‘헤어질 결심’에 박수를 보냈다. 박 감독은 “감사하다. 이렇게 길고 지루하고 구식의 영화를 환영해 주셔서 고맙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박해일, 탕웨이와 정서경 작가, 스태프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한편 경쟁부문 수상작은 폐막일인 28일 오후 발표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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