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합으로 작업하는 건 처음이라 기대됩니다. 후배들이 부담 갖지 않고 마음껏 본인의 상상력을 펼쳐 줬으면 좋겠어요.”(유인촌)
“우리의 희망인 후배들과 호흡하게 돼 신납니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건너온 시간을 전수받고, 엄청난 부피감 가진 연습 과정을 거치며 잊지 못할 작업이 될 겁니다.”(윤석화)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연극 ‘햄릿’에는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등 원로 배우가 모두 출연한다. 인상적인 건 이들이 모두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즈 등 주요 배역들은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맡아 연기한다.
지난 공연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고전은 통시성을 갖게 되긴 하지만 오늘, 현대인의 심리로 햄릿을 보려 한다. 지난 햄릿은 특별 공연(이벤트성)으로 60이 넘는 배우들이 햄릿과 오필리어를 맡아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정통 햄릿으로 접근해 그 배역에 맞는 젊은 배우들을 영입했다. 선배 배우들은 한 발짝 뒤에서 작품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공연계에선 ‘선배 배우’ 즉 이미 오랜 활동을 통해 주연 자리에 오른 배우들이 다시 조연, 앙상블을 연기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배역의 나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캐스팅까지도 불사하면서 말이다. “공연 캐스팅 보드를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게 드러난다. 티켓 파워가 있는 주연급 배우가 동시에 여러 작품에 출연하거나, 계속해서 비슷한 배우들이 작품을 점유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극장 뮤지컬의 티켓 소비가 작품이 아닌 배우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뮤덕’이라고 불리는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도 캐스팅에 식상함을 느껴 ‘탈덕’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과 동시에 신인 배우를 발굴하는 것에도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실력이 있는 배우, 내공이 있는 배우에게 타이틀롤을 주는 건 당연하다. 뮤지컬 역시 예술 작품인 동시에 상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햄릿’에서도 주연 배역을 맡은 배우들을 ‘젊은’ 배우라곤 하지만, 사실상 그 작품 출연진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일 뿐 다른 작품에선 ‘주연급’ 배우들이다.
그럼에도 이번 ‘햄릿’의 선후배 캐스팅 반전을 두고 ‘파격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그만큼 많은 작품의 캐스팅에 알게 모르게 ‘주연=선배 배우’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말로 해석도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공연계에 선후배 문화, 티켓 파워에 따른 캐스팅 등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메이크업이나 의상, 연기로 배역의 나이에 맞게 나름대로 연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진짜 배역에 맞는 캐스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이번 ‘햄릿’에서 대배우들이 주연 자리를 내려놓고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공연계에서 배역에 맞는 배우의 필요성, 세대교체 필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