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취한 상태로 사망사고 내고 경찰의 음주 측정 거부
1·2심, 윤창호법 적용 후 실형 선고…대법, 원심 파기하고 사건 돌려 보내
"헌재 위헌 결정으로 법률 효력 상실…해당 법조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죄가 되지 않아"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다시 술에 취한 상태로 사망사고를 내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한 운전자에게 징역 4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현행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일명 ‘윤창호법’)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결과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직권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월 27일 오후 7시 30분께 술에 취한 상태로 트럭을 몰다 앞에서 도로를 횡단하던 피해자 2명을 들이받고 그중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사고 후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지만, 세 차례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1심과 2심은 A씨가 2007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전력을 고려해 윤창호법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한 뒤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헌재가 지난달 현행 윤창호법의 음주운전·음주측정거부 가중처벌 규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처벌 판결의 근거가 된 법 조항이 효력을 잃어서다.
대법원은 “(헌재) 위헌 결정으로 인해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소급해 효력을 상실한 경우 해당 법조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더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윤창호법 조항은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 음주측정거부 전력자가 음주운전을 한 경우에 2~5년의 징역형이나 1000만~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1월 윤창호법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처벌하는 구법(2020년 6월 개정 전)이 범행 유형을 구별하거나 범행들 사이의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너무 엄한 처벌을 했다고 봤다.
또한 지난달 위헌 결정의 대상을 현행 윤창호법(신법)으로까지 확대하고, 반복 범행의 범위도 음주운전과 음주측정거부가 혼합된 경우까지로 넓혔다.
대검찰청은 이 같은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오자 그간 윤창호법으로 수사·기소한 사건의 적용 법조를 음주운전 일반 처벌 규정으로 바꾸되 가중처벌 사유를 양형에 적극 반영하라는 방침을 일선 검찰청에 하달했다.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 전력자가 음주운전을 했다면 일반 규정인 도로교통법 148조의2 3항의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에 따라 처벌하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음주운전 전력자가 음주측정거부를 하면 단순 음주측정거부 행위를 처벌하는 데 쓰였던 도로교통법 148조의2 2항을 적용한다. 이 조항은 1~5년의 징역형이나 500만~2000만원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어 윤창호법과 처벌 상한선이 같다.
검찰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라 다시 열릴 2심에서 A씨의 공소장을 변경해 도로교통법 148조의2 2항을 적용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