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보험료 4630억…전년比 14%↑
IFRS17 앞두고 제 살 깎아먹기 우려
국내 5대 손해보험사가 계약을 유치하고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는 보험료가 1년 새 5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외상 판매 악습이 더욱 심각해진데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당장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손보사 간 출혈경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가 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보험료는 총 46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572억원 증가한 규모다.
손보사별로 봐도 거의 모든 곳의 미수보험료가 확대됐다. 우선 삼성화재의 미수보험료가 193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7.4% 늘었다. DB손해보험 역시 1347억원으로, KB손보는 707억원으로 각각 11.6%와 20.2%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현대해상의 미수보험료도 496억원으로 12.5% 늘었다. 조사 대상 손보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의 미수보험료만 148억원으로 16.8% 줄었다.
손보업계의 보험미수금이 늘고 있는 요인으로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보험사들 간 경쟁이 꼽힌다. 이로 인해 우선 가입자만 끌어 모으고 보자는 영업 관행이 확산되면서, 정상적으로 보험료가 걷히지 않는 깡통 계약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영업 현장에서 보험료도 받지 않고 미리 영수증부터 떼 주는 외상 계약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국내 보험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본업인 보험 영업에서는 뚜렷한 활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란 점이다. 이렇다 보니 결국 보험사 간 고객들을 뺏고 뺏기는 출혈경쟁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손보사에게 있어 보험영업은 적자를 면하면 다행인 사업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업인 보험 판매보다는 투자 성과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손보업계의 보험영업이익은 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투자 부문에서 2조2000억여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런 와중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IFRS17은 새로운 골칫덩이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은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IFRS17 가동을 앞두고 수익성 개선이 시급해진 보험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상품을 팔기 위해 목을 매고 있는 이유다.
내년부터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자본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당 경쟁에서 비롯된 보험 외상 판매는 보험료 횡령이나 유용 등 사고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근절을 위해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