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네덜란드 총리 만나 반도체 '민간외교'

파운드리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논의

ASML 극자외선 노광장비 추가 확보 협조 요청

글로벌 정‧관계 인맥 재확인…'국가적 외교 자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 7일부터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민간외교에 나섰다. 현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으로부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추가 확보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다.

이재용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9월 뤼터 총리의 방한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를 직접 안내하며 삼성전자의 사업 현황과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6년 만에 뤼터 총리와 만난 것은 반도체 산업 핵심 국가인 네덜란드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해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행은 EUV 노광장비 물량 확보 측면에서 중요하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네덜란드 업체인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5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이하 초미세공정 구현이 가능해 세계적으로 장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더 많은 EUV 노광장비 확보는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올해 ASML의 EUV 노광장비 출하량 51대 가량 중 22대를 TSMC가 확보했고 삼성 몫은 상대적으로 적은 18대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이 부회장은 이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뤼터 총리와의 만남을 통해 반도체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네덜란드 정부 및 기업들과 협력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뤼터 총리는 평소 ICT, 전기차, e-헬스 등 혁신에 기반한 신산업에도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한편, 이번 네덜란드 방문을 통해 이 부회장은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량을 재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정‧관계 리더들로까지 확장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 트럼프‧오바마‧부시 전 미국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다양한 글로벌 리더들과 교류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이라는 민간 기업에도 중요한 자산이겠지만, 정식 외교경로를 통해 풀기 어려운 일들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적 외교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