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3년 만에 1300원 돌파
한·미 금리역전 되나…금리인상 ‘촉각’
최근 1290원대에서 등락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결국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을 뚫고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피는 장 시작 후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또 다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국내 금융 시스템의 불안상황을 나타내는 ‘금융 불안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움직임 등 대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주의’ 단계에 진입하는 등 그야말로 우리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1.7원 오른 1299원에 개장한 후 장 초반 1300원을 넘었다. 이는 지난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 요인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속화 및 중국 위안화 약세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웃도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이는 수입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2~23일(현지 시간) 열린 청문회에서 기존보다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물가상승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며 “이를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금리 인상으로 금융 상황이 타이트해졌지만, 이는 적절하며 우리는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을 잡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고, 금리 인상의 폭은 물가 상승이 언제 꺾이기 시작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결국 우리나라(연 1.75%)와 미국(연 1.50~1.75%)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 0.75%p에서 같은 수준이 됐다. 내달 13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더라도, 미 연준이 7월에 ‘빅스텝’을 시사함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역전을 우려하며 결국 금리 인상 폭을 높이고, 외환 보유고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18년과 달리 한·미 금리역전에 따른 시장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다.
또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무역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원화 약세 압력이 더 큰 상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오르면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투자금이 빠져나는 등 자본유출이 가장 우려된다”며 “그 결과 환율과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충분히 올리거나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외환보유고 현금비중을 30%까지 늘리고, 경상이익이 날 때마다 외환보유고를 쌓아두는 것이 가장 시급한 환율 정책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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