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이 사거리 2km 소총으로 발전
국회 상임위가 헛소문 확성기 노릇
대통령 경호처에 이 후보 경호 요구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12일 특수부대 전역 요원들에 의한 이재명 당 대표(당시) 암살 계획설을 발표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당 정치테러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특수부대 OB 요원들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하려 한다는 다수 제보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접수됐다”라고 밝혔다. 이 ‘권총’은 이후 ‘소총’이 됐다가 ‘사거리 2km의 괴물 소총’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이 대표는 그달 19일 광화문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방탄복을 입고 등장한 이래 이를 애용하고 있다.
(그런데 저격용 소총이 러시아에서 밀반입됐다면 그때 방탄복보다 방탄 유리막이 더 필요했던 것 아닐까? 저격수가 어디를 노리는지는 상식일 텐데? 머리가 아닌 몸통 부위를 겨냥하는 저격수도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방탄복 착용’이 과시용 퍼포먼스라는 인상을 더 뚜렷이 준다. ‘러시아제 소총’으로 특정한 것은 밀반출입이 쉬워서인가, 저격용으로 특화된 총이어서인가.)
권총이 사거리 2km 소총으로 발전
지난 12일 광화문 출정식에도 이 후보는 방탄복을 입고 나타났는데 그 전날 조승래 당 중앙선대위 수석 대변인이 다시 ‘러시아제 소총’ 반입 의혹을 제기했다. 어느 정도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제보’를 근거로 내세웠다. ‘제보’는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 여당을 공격할 때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다. 폭로자 혹은 주장자로서는 아주 편리한 무기다. 제보자를 밝힐 필요가 없다. 주장만 하면 된다.
민주당은 작년 1월 부산에서 있었던 이 후보(당시 당 대표) 등산용 칼 피습사건을 개연성 주장의 근거로 활용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제보의 신빙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후보 유세 때 사용할 방탄 유리막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선대위 유세본부 이정헌 공동본부장이 14일 밝힌 내용이다. 이 후보에 대한 ‘암살조 가동’ 주장과 관련해서는 “북파공작원(HID) OB 요원들로 구성된 특수팀이 가동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0.1%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하고, 실존하는 위협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다운 치고 빠지기다. “0.1%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라는 말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다만 민주당 스스로 ‘0.1%’의 가능성을 가질까말까 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자인했음이 확인된 셈이긴 하지만….
‘암살조 가동’부터가 황당한 소문 만들기였다. 작년 12월 13일 유튜버 김어준 씨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서 역시 ‘제보’를 근거로 쏟아낸 주장이다. 그는 계엄 당시 ‘북한군 위장 암살조’가 가동됐으며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해 이송 도중 사살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조국·양정철·김어준을 체포하려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며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 제보의 출처라고 했다.
어설픈 추리소설의 얼개 같은 구성이었는데도 ‘진실’을 중히 여겨야 할 과방위의 최민희 위원장이, 엄청난 음모의 단서라도 잡은 양 발설자 김 씨에게 전체회의에서 발언할 기회를 줬다. 그 충격적인 소문을 퍼뜨리기에 국회 상임위는 더 없는 무대가 될 것이었다. 김 씨는 황당한 제보 내용을 폭로했지만,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지도 않았고 책임을 지지도 않았다.
국회 상임위가 헛소문 확성기 노릇
다음날 민주당 국방위원회(국회 국방위 소속)가 “군사정보기관에 대해, 과거의 제한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특성을 악용해,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이라는 내부 문건을 작성, 이 대표에게까지 보고했다는데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의혹 부풀리기의 효과를 충분히 거뒀으니 됐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당 차원의 검토 보고서가 진작 나왔음에도 유세본부 이 본부장은 ‘실존하는 위협’ ‘0.1%의 가능성’ 운운하며 방탄 유리막 제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 된다는 생각인가?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그다음에는 의심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대중이 믿게 된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대중은 이미 선동당해 있다.”
나치의 전설적 선동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했다는 이런 말들을 민주당 선전 담당자들이 정말로 믿고 따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984년 5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 3년 전 튀르키예 인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적이 있었던 탓에 교황은 대중 행사에 투명 방탄 덮개를 한 특수차량을 탔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탄차를 타지 않고 한국산 소형 승용차 ‘소울’을 이용했다. “방탄차로 세상과 장벽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 우리 국민인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우리 국민 가운데 암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제보’ 때문에 방탄복, 방탄 유리막의 보호를 받아야 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너무 요란을 떠는 모습이 씁쓸하다.)
전 최고위원은 14일 이 후보의 부산 흉기 피습사건과 관련, ‘국정원과 당시 정부 배후설’을 제기했다.
대통령 경호처에 이 후보 경호 요구
이런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정원을 국민적 원망의 대상으로, 또 세계적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게 민주당의 대선 책략인가? 이 후보 당선을 바라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대한민국과 국민의 수준, 국제적 위신도 좀 생각하면서 의혹을 제기해 주면 좋지 않을까?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그러면서도 악의에 넘치는 의혹 퍼뜨리기에 제동을 걸 방법은 정말 없는지, 입법기관인 국회, 그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대답 좀 해주시라.
민주당의 호들갑은 이 정도에서 그친 것도 아니다. 경찰이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대선 후보들을 경호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에 대한 테러 위협이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미 우원식 국회의장을 통해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사회부총리에게 경호처 경호를 요청까지 했다.
그런데 이 후보 말고 경호처 경호를 요구하는 후보는 없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경호처의 경호 제의를 거부했다. 유세 현장에서 국민들과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서는 경찰 경호조차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빛이다. 경찰의 경호팀이 우수해서 경호처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 권한대행이나 경호처가 지원을 해주고자 해도 후보 간 형평성 때문에 못하는 데다 국민의힘 김 후보는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굳이 경호처를 고집하는 까닭은 정말로 ‘현존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얼핏 드는 생각으로는 지나친 이 후보 위기 어필에다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은 욕심 때문일 듯도 하다. 대통령급 경호를 받고 싶다는 것인데 이 후보가 너무 일찍부터 ‘대통령 행세’에 맛 들인 탓은 아닌가.
하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키는 대통령 경호실 인력이 65명이나 된다. 도대체 그 많은 경호 인력이 왜 필요한지를 모르면서 국민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실정이니 이미 대통령이 된 기분일 이 후보가 경호실 경호를 왜 받고 싶지 않겠는가.
이 후보와 민주당, 적당히 좀 하시면 안 될까요? 혹시라도 정권을 잡으면 얼마나 요란스레 권세 자랑을 하려고 벌써 이러시는가요. 저격용 러시아제 소총 반입에다 전직 특수부대원들로 구성된 암살조, 국정원과 정부 차원의 이 후보 테러 관여, 방탄복, 방탄 유리막…. 호들갑도 정도껏 떨어야지.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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