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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300원 돌파, 물가 6% 초읽기...한은, 빅스텝 수순


입력 2022.06.23 12:41 수정 2022.06.23 12:41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경기침체 우려에 근 13년만의 ‘슈퍼 달러’

한은 “환율 1%p 오르면 물가 0.06%p↑”

고환율 물가에 기름 부어...빅스텝 명분↑

달러 이미지 ⓒ 연합뉴스

최악의 물가위기에 이어 ‘환율 쇼크’까지 덮치며,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이달 소비자물가가 6%를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환율까지 심리적 지지선인 1300원대를 뚫었다. 고환율은 물가 상승, 자본유출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상 첫 빅스텝 환경이 조성됐지만, 이자 부담 공포가 발목을 잡는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개장 후 1300원을 한 때 돌파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은 것은 종가 기준 2009년 7월 13일(1315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 1300원 상단을 열어놔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의 슈퍼 달러는 미국 등 고강도 긴축 정책에 국내 무역적자 확대, 중국 경기둔화 등이 작용한 것으로, 달러 약세를 이끌 재료가 없다는 것이 우려점이다. 통상적으로 고환율은 수출단가 측면에서는 가격을 떨어뜨려 긍정적이지만, 위안화나 엔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이같은 장점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으로, 수입 물가를 밀어올려 국내 물가 상승률을 자극시킬 수 있다.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실제 국내 물가를 전이시킨다. 한은이 2000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1년 5개월간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추정한 결과 1분기 기준, 환율이 1%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0.06%p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 물가전가율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12월 제로 수준이었으나, 다시 증가한 것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2018년 12월 이후 4년 3개월만에 최고치다.


환율의 물가상승 기여도 추정치도 1분기 0.34%로 나타났다. 이는 1분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3.8%)의 9% 수준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환율이 안정적이었다면 1분기 소비자 물가가 3.46%로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환율 쇼크가 장기화되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로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물가는 지속 올라 13년 9개월만에 5.4%를 넘겼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한은은 지난 21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당분간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5%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연간 전망치를 4.5%에서 4.7%까지 높였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도 119.24로 전월대비 0.5% 뛰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면서, 이달 물가는 5% 후반 혹은 6%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5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물가가 6%를 넘기면 ‘물가 안정’이 제1 책무인 한은으로써는 빅스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내달 빅스텝 단행 여부에 대해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면서도 “물가 상승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한은의 빅스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최악의 물가 위기에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연 1.75%)와 미국(연 1.50~1.75%)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다.


연준은 더 나아가 내달 자이언트 스텝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이 내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려도, 연준이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 고환율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 진행중인데, 내외 금리까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외국인 중심의 매도세가 확산되며, 23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 역시 약 2년만에 750선이 붕괴됐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달 빅스텝을 단행하고, 남은 8·10·11월 금통위에서 모두 0.25%p씩 올릴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실화되면 기준금리는 현 1.75%에서 3.00%까지 올라간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고통은 차주들의 몫이다.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7%를 돌파했다. 기준금리가 3%를 찍으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8%대에 진입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이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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