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양산 돌입하며 '상반기 양산' 공언 마지막날 이뤄내
업계 선두 TSMC 기술력으로 추월…시장 점유율 추월도 시간 문제
윤석열-바이든 회동 당시 3나노 웨이퍼 건네며 양산 자신감 표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ASML과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하며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유럽 주요 반도체 및 자동차 관련업체들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8일 귀국길에 이같이 말했다. 그 뒤 12일 만에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nm(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하며 ‘기술의 삼성’ 위용을 증명했다.
3나노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특히 이 공정의 기반이 되는 GAA는 기존 핀펫(FinFET) 보다 칩 면적을 줄이고 소비전력은 낮추면서 성능을 높인 독자 기술이다.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만 구현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후발업체 입장에서 대만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기술적 우위 확보’가 절박했다. 같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의 고객사를 끌어올 명분이 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을 절박하게 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GAA 기술을 적용해 올 상반기 내 TSMC보다 먼저 3나노 양산을 시작하겠는 목표를 향해 달렸고, 이 부회장은 직접 네덜란드를 찾아 반도체 초미세공정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슈퍼을(乙)’ ASML로부터 장비를 추가 확보했다.
물론 후발 업체가 선두 업체를 기술력으로 앞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TSMC는 40년간 파운드리 분야에만 매진한 전문 기업이다. 이런 업체도 3나노 양산 목표 시점을 올 하반기로 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업력이 짧은 삼성전자가 TSMC보다 먼저 신기술을 구현하겠다고 하니 의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올해 초에는 초미세 공정 파운드리 수율 문제로 주요 고객사가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3나노 양산을 당초 목표 시점보다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한미 양국의 ‘반도체 동맹’을 상징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회동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양국 대통령에게 3나노 반도체 웨이퍼를 건네 서명을 받은 것도 곧 3나노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상반기의 마지막 날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돌입하며 전세계 고객사들을 향한 약속을 지켰다.
‘기술적 우위’는 곧 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진다. 반도체는 미세화 될수록 전력소비와 성능, 발열 효율, 제품에서 차지하는 면적 등에서 강점을 갖는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설계) 업체들이 더 앞선 미세공정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에 비해 전력은 45% 적게 소비하고, 성능은 23% 높으며, 면적은 16% 줄었다. 나아가 GAA 2세대 공정에서는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면적 35% 축소가 가능하다.
더 작고, 성능이 뛰어나며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반도체를 원하는 팹리스 업체들이 TSMC 대신 삼성전자에 생산을 위탁할 이유가 생겼다. 30%를 넘는 TSMC(1분기 53.6%)와의 점유율 격차도 빠른 속도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반도체나 스마트폰 분야에서 그랬듯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해냄으로써 큰 도약을 이뤄낸 게 이건희 선대 회장 때부터 이어온 삼성의 DNA”라면서 “업계 선두를 추월한 이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이재용 시대’의 상징적인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