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애니메이션으로 구성
'엔딩맛집'이라는 신조어가 드라마의 재미를 보장하는 인장(印章)이 된 현재, 엔딩만큼이나 정교하게 잘 만든 오프닝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 오프닝은 보통 시작을 알리는 동시에 출연 배우와 스태프들을 소개 단계로 여겨졌다. OTT로 드라마를 시청할 시, 바로 본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은 오프닝을 눈여겨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큰 의미를 담지 않은 오프닝 영상은 시청자들로부터 '건너뛰기' 되겠지만 드라마의 함축과 상징이 담겼다면, 또 다른 재밋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작은 아씨들'가 보여주고 있다. '짧게, 빠르게'를 외치는 시청 환경에서 오프닝 영상까지 챙겨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은 아씨들'의 오프닝은 애니메이션으로 작업됐으며 매회 벌어진 사건들을 암시하는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 짧은 영상이지만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상에는 새 장 안의 자동차, 장롱, 장난감 병정, 공, 푸른 난초, 주인공 세 자매의 특징이 잘 나타난 캐릭터들과 이를 모두 결국 인형놀이처럼 즐기고 초록색 매니큐어를 바른 큰 손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새장 안의 자동차, 장롱은 극중 신이사와 진화영의 죽음을 의미한다.
허영심이 있는 인주는 지폐 위에서 헤엄을 치고 있으며, 알코올중독이 있는 인경은 큰 잔의 술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 잔으로 눈을 가려버린다. 막내 인혜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초록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은 원상아를 가리킨다. 5회에서 원상아는 싱가포르 정난회에 가기 위해 초록색 드레스를 찾은 바 있으며, 휴대폰 케이스도 초록색이다. 포스터에도 원상아의 옷은 초록색이다.
지난 8회에서 진화영의 죽음을 비롯한 모든 사건들이 원상아의 인형놀이였음이 드러났다. 오프닝 마지막에서 초록색 매니큐어를 칠한 손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다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오프닝이 곧 스포일러였던 셈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매회 끝날 때마다 오프닝 영상을 다시 찾아보며 해석에 한창이다. 아직 새 장안의 장난감 병정, 큰 공, 그리고 인혜가 그리던 그림 속의 사람들의 정체가 모두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들의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SBS '천 원짜리 변호사'는 애니메이션으로 오프닝 영상으로 만들었다. '천 원짜리 변호사'의 캐릭터 소개와 이들의 활약, 김경호가 부른 주제가가 한 곳에 어우러져 있다. 드라마보다는 TV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을 떠올리는 이 영상은 관련 트위터 게시글이 약 2만 리트윗(29일 기준)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법정물보다는 히어로물에 가깝기 때문에 리얼리티보다는 만화적인 요소를 강조했고, 드라마의 유쾌한 인상을 알리기 위한 기획의도다.
오프닝 영상을 먼저 접한 후 실제 존재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실제로 긴 애니메이션 버전을 보고 싶다는 요청도 있다.
'작은 아씨들'과 '천원짜리 변호사'의 공통점은 표현의 한계가 없는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작은 아씨들'의 사건을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어 표현했으며 '천 원짜리 변호사'는 정의 구현 활극이라는 지향점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통쾌함을 강조했다.
앞서 JTBC '구경이', tvN '빈센조', '구미호뎐' 등도 애니메이션 작화를 활용, 드라마의 매력을 살린 오프닝 영상으로 눈길을 끈 바 있다. 오프닝 영상이 몰입과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드라마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작은 아씨들'과 '천 원짜리 변호사'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