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홍보수석 "이제 민생에 집중" 강조
'발언 논란' 강대강 대응 尹에 민심은 "글쎄"
"논란 맞받아치며 정국 급랭해 지지율 위협"
향후 경제 행보 집중하며 지지율 회복 꾀할 듯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미국 뉴욕 순방 기간 불거진 '발언 논란'과 거리를 두고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모습이다. 논란을 이어가 정쟁을 키울수록 국정 운영 지지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대응 기조를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며 "앞으로 대통령실은 정쟁을 떠나서 오로지 경제와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6일 순방 이후 언론과의 첫 대면에서 '진상 규명'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이후, 일부 언론과 야당을 향한 비판 메시지와 함께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기류가 읽힌다는 평가다.
이는 지난 주말부터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이 결코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1.2%, 부정평가는 66.0%였다. 1주 전 같은 조사 대비 긍정평가 3.4%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3.8%p 상승했다.
앞서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실시해 30일 발표했던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4%로 전주 같은 조사 대비 4%p가 하락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에 대해 '자막 조작', '언론 왜곡'으로 맞받아치며 정국이 급랭해 지지율을 위협했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으며 목소리를 높이는 '강대강 전략'을 유지하기 보다는 한 걸음 물러선 위치에서 보다 순방 성과를 강조하며 민생 행보를 펼쳐야 지지율의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한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일부 시민단체와 국민의힘이 법적 대응 절차에 돌입한 만큼, 수사를 통해 왜곡 보도에 대한 당국의 판단과 이를 기반으로 한 야당의 공세에 대한 국민들의 재평가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며 "대통령실이 굳이 소모적인 정쟁의 한 가운데에 계속 위치하는 것은 실리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 없다"고 바라봤다.
실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다시금 지난 순방의 성과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발언 논란'에 가렸던 각종 외교·경제적 성과를 국민 앞에 조명하고, 향후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수석은 "자유와 연대를 되새긴 시간, 견고해진 국익과 동맹을 확인했다"며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의 외교안보 지도자들을 만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대응, 금융 안정을위한 유동성 공급, 대북확장억제 등 당면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높였다"라며 "첨단산업분야 7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총 1조 6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02년 이래 대통령 순방 기간 중 유치한 신고금액으로 역대 최고이며, 한미 글로벌 벤처펀드 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와 한-캐나다 기업·기관 간 4건의 핵심 광물 협력 MOU 등 세일즈 외교의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은 "어느 때보다 외교가 중요한 시점으로, 우리에게 외교란 도약이냐 도태냐를 결정하는 담장 위를 걸어가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국민과 국익을 지켜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외교 일정을 마친 이제 다시 민생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대통령실은 야당의 공세에 선을 긋고 원칙적 대응을 이어나가는 한편 경제·민생 행보를 한층 강화해 지지율 회복과 국정 운영 동력 확보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4일 연휴 이후 첫 일정으로 미국 뉴욕 순방 기간 중 열린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에 참여했던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갖는 것도 이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주 거시경제 상황점검회의와 비상경제민생회의 등 윤 대통령이 임했던 각종 경제 행보 또한 순방 성과와 같이 '발언 논란' 관련 정쟁에 묻힌 감이 있다"며 "경제 위기 속 국민들에게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일 수 있도록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