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주춤한 실적 이어 4분기도 악화일로 전망
반도체 업계는 '투자 유지 및 감축' 으로 각각 대응
전자업계는 주력 사업 대신 전장 등 새 분야 개척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 및 전자업계가 올해 3분기 악화된 실적을 보인 가운데 4분기는 더욱 혹한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 전망치는 약 8조700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 상당 감소한 수준이고 직전 3분기 영업익 10조8520억원에도 한참 못미치는 실적이다.
해당 실적이 현실화 될 경우 지난해 1분기(9조38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영업익 10조원을 밑돌게 된다.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부문 판매가 줄어들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부진했고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하락세를 걷고 있는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영업익이 지난해 절반 가량인 4조원 대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역시나 직전 3분기 5조1200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투톱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4분기 영업익 전망치가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급감한 1000억원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년 4분기 4조2195억원, 직전 3분기 1조6556억원 대비 급감한 규모다.
양사는 4분기에 이어 내년까지도 이같은 정보기술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만 시장 대응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투자 감축 없이 계획됐던 투자를 예정대로 이어간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계속해서 반도체 시설 투자 및 생산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인위적인 감산 계획은 없다"며 시장 위축에 회피않고 정면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다만 업계는 삼성전자의 전략과 관련해 '인위적'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한번 생산 라인을 멈추면, 역으로 더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기에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대로 인위적인 감산은 없지만, 설비 투자 속도 조절과 라인 효율화로 자연적인 생산량 조정을 이뤄갈 것으로 관측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시설투자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시설투자와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 및 재고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같은 반도체 기업은 아니지만 국내 경제 견인의 상당 부분을 이끄는 LG전자도 전반적인 경기 침체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가운데 기존 가전 산업에서 전장 분야와 소프트웨어 산업 같은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해 향후 실적 둔화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피력하고 있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익은 7466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5.1% 증가했다. 다만 해당 실적은 전통 주력 사업인 가전과 TV가 깊은 적자폭을 낸 것에 이어 비교적 LG전자의 신산업인 전장(차량용 전기장치) 분야가 메꿨다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4분기가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하락 등으로 3분기보다 더욱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LG전자는 경기 변동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기존 주력 사업보다 보다 더 안정적인 수익을 꾀할 수 있는 사업 구조 다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장 사업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 등이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 변동 등으로 국내 주력 산업이던 반도체와 가전 등이 모두가 실적 악화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이같은 한파를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냐는 기업이 판단하는 미래 동력에 따라 큰 차별화를 보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