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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는 무늬만?…금감원장 압박 '도마'


입력 2022.11.15 10:24 수정 2022.11.15 10:2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손태승 회장에 "현명한 선택" 논란

"사실상 연임 포기 종용" 설왕설래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가진 백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중징계 결정으로 촉발된 관치 금융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금융사에게 언제든 사정 칼날을 겨눌 수 있는 금융감독원장의 이른바 '현명한 선택' 발언은 손 회장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20여년 만에 우리금융 민영화의 길을 열어줬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나서 최고경영자(CEO)의 판단을 종용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란 비판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가 의결됐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이 해당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적용했던 중징계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다. 물론 1조원이 훨씬 넘는 손실을 낳은 라임펀드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손 회장이 완전히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었다. 다만 금융위가 1년 반이 넘도록 결정을 미뤄온 게 문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손 회장의 연임 직전에 징계 카드를 꺼내 들자 설왕설래가 시작됐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3년 간 신규 취업이 제한된다. 이대로라면 손 회장은 내년 3월까지인 현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다. 단, 손 회장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제재 효력을 정지하면 연임에 나설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치권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빠르게 번졌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CEO에 앉히던 과거의 관치 금융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손 회장의 제재와 관련해 "국회에서도 지적이 되고 있어 미뤄둘 수 없었다"며, 정치권의 영향이 실제로 있었음을 언급하자 논란에는 더욱 불이 붙었다.


결정타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금융위의 중징계가 나온 바로 다음 날인 이번 달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다.


이 원장은 경고성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을 향해 징계 취소 소송을 자제하라는 경고이자, 사실상 연임 도전 포기를 요구한 셈이란 반응이 나왔다. CEO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당부는 과거에 대한 판단이나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이 아니란 이 원장의 해명에도, 우리금융은 물론 금융권의 긴장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행보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이 원장의 이 같은 압박에 적절치 못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영화를 계기로 우리금융의 자체 경영권을 더욱 확실히 보장하겠다던 금융당국이 CEO의 판단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행태엔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 지분을 시장에 매각함으로써, 1998년 한일‧상업은행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예보가 아닌 민간 주주가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주주 중심의 경영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여년 만에 민영화의 길로 막 접어든 우리금융에 끝내 정부가 점찍은 낙하산 인사가 투하되는 그림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의 실망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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