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210만 넘겨
류준열 유해진이 이끈 정통 사극 스릴러 '올빼미'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하반기 출격한 한국 개봉작들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올빼미'가 배우들의 열연과 이야기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입증해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빼미'의 누적 관객 수는 252만 511명이다. '올빼미'는 지난 달 19일 개봉 이후 1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으며 3주차 주말 약 46만 여명의 관객 동원력을 보여줬다.
2억 5000만달러(한화 약 3352억 원)가 투입된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같은 달 개봉하며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2주 뒤 90억 원으로 만들어진 '올빼미'가 역전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올해 극장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관객들의 영화를 다시 일상처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인상된 티켓값을 관객들이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으며, 이왕이면 특수 상영관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블록버스터들을 선호했다.
이에 대적하는 한국 영화들은 외화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해 히트작들을 많이 내놓지 못했다.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에 돌파한 후 '마녀2: 디 아더 원', '한산: 용의 출현', '공조2: 인터내셔날' 외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 '올빼미'는 오로지 웰메이드 사극 스릴러라는 이름표 하나 만으로 돌풍을 이뤄낸 것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12일 현재 CGV 에그지수는 98%를 유지하고 있으며 각종 영화 커뮤니티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시신이 온통 검은 빛이었고 모두 이목구비에서 모두 피를 흘리고 있어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 같았다'라고 적힌 '조선왕조실록'에서 시작된 '올빼미'는 주맹증이라는 소재와 접목시켜 팩션 사극을 완성시켰다. 역사적 사실 속 궁금증을 부르는 공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우며 극 자체에 대한 호평을 얻으며 입소문이 탄력을 받았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올빼미'의 선전에 큰 몫을 했다. 왕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해, 비정한 아버지 인조 역에 도전한 유해진과 주맹증으로 낮엔 보이진 않지만 밤에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침술사를 연기한 류준열의 합의 도드라졌다. 두 사람은 '택시 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올빼미'를 통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것으로, 긴장감 넘치는 대립 관계를 형성했다.
이에 '올빼미'는 N 차 관람 바람이 불었고 '뺌빼미'라는 팬덤까지 생겼다. 앞서 '아수라', '불한당' 등이 '아수리언', '불한당원'이라는 팬덤이 생겨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려간 후에도 장기적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올빼미' 역시 이에 못지 않은 팬덤을 품으며 장기 흥행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14일 월드 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13년 동안 지키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작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아바타: 물의 길'은 개봉 전부터 예매율 85%를 넘기며 흥행이 보장된 상황이다. '올빼미'는 연말 대목 전 비수기 시즌에 화려한 특수효과에 의지하지 않고 영화의 본질인 이야기와 배우의 힘 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미덕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