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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식 인사 포퓰리즘 때문에?…'대법원 요직' 재판연구관 4명 사의표명


입력 2022.12.26 09:28 수정 2022.12.26 09:29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법원행정처, 정기인사 대비 일선 판사들에게 사직원 수령

지난 1~2월 재판연구관 5명 사직했는데…또 줄줄이 사표

법조계 "재판연구관 로펌행 대법원 기밀 유출과도 같아"

"법원장 된다는 보장 없으니 법원 남아 있을 이유 없어"

대법원 ⓒ데일리안 DB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실력 있는 판사들이 줄줄이 사의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 '사법부 인사 포퓰리즘' 정책을 시행하면서 해마다 ‘엘리트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근 법원행정처는 정기 인사에 대비해 일선 판사들에게 사직원을 받았다. 이에 대법원 재판연구관 4명이 사직원을 냈다고 한다. 다른 재판연구관 1~2명도 아직 사직원을 내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법원을 떠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정기 인사에 앞서 재판연구관 5명이 사직한 데 이어 이번에도 재판연구관 줄사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연구관은 법원 내 요직으로 꼽힌다. 대법원에 올라온 모든 사건의 쟁점과 법리를 재판연구관이 검토해 대법관에게 보고서를 올린다. 이 보고서는 대법원 재판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판연구관이 보고한 의견과 같이 (사건을) 처리하는 비율이 90%가 넘는다"(박시환 전 대법관)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동안 재판연구관에는 법률 지식과 재판 능력이 뛰어난 판사들이 발탁됐고, 이들은 법원에 계속 남아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을 거쳐 대법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판연구관 출신인 한 부장판사는 "이제는 재판을 열심히 한다고 법원장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에이스 판사들'이 법원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사직하는 재판연구관 대부분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할 것이라는 말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 주요 사건의 핵심 쟁점뿐만 아니라 대법관들의 생각까지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로펌에 가면 대법원 기밀이 유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실력파 일선 판사 상당수도 이번에 법원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판사 중 최소 9명이 사의를 밝혔는데, 여기에 사법연수원 수석 출신인 정수진 판사도 포함됐다고 한다. 민사법 실력자로 불리는 노재호 광주지법 부장판사도 사직원을 냈다고 전해졌다. 노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차석 출신으로 동기 중 승진 1순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근무 당시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렸다. 법관징계위에서는 징계가 아닌 불문 처분만 받았지만 동기들보다 1년 늦게 부장판사를 달았고, 결국 법원을 떠나기로 했다고 한다.


한 부장판사는 "문재인 정부 때 김 대법원장이 정권 편들기 재판을 하고 임성근 전 고법부장을 민주당이 강행한 억지 탄핵에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 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의 허리 역할을 하는 고법 판사나 지법 부장판사가 잇따라 사직하면 재판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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