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방탄 예열·명방위훈련'…노웅래 체포안 부결에 들썩이는 향후 정국

노웅래 체포안, '반대 161표'로 부결…21대 국회 최초

체포안 부결 후 李 '검찰 출석'에 與 "지지층 결집시도"

주호영 "민주당이 똘똘 뭉쳐 노 의원 체포안에 반대…

이재명 체포안에 대한 예행 연습한 것이란 평가 많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위해 발언대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에서 정식 부결되면서 향후 여야를 둘러싼 정국이 혼란해질 것이란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표면적으로 부결 당론을 채택하진 않았지만, 향후 검찰에 맞서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노 의원 체포안을 부결시킨 이유가 향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올 때 이를 자연스럽게 부결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여야 간의 정국 셈법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재석 271인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시켰다. 21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의혹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찬성표를 던지겠단 의사를 밝힌 정의당 소속 의원 6명과 내부적으로 찬성 기류가 감지됐던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제외하면, 161표에 달하는 반대표가 '자유투표'에 나선 169석의 민주당 내부에서 대거 나온 것이란 계산이 가능해서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노 의원 체포안 부결'에 대해 "민주당이 똘똘 뭉쳐서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반대한 것 같다"며 "민주당이 특권을 없애고 또 불체포 특권도 없애자고 하면서도 사실은 자당 의원의 이익과 관계될 때는 철저히 방탄 국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답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대착오적인 특권의식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망치고 있다"며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폐지와 불체포 특권 폐지를 완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리면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내놨다.

아울러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이 노 의원 체포안에 반대한 이유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향후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고 체포동의안을 냈을 때 '부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를 이번 표결 결과로 사전에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노 의원 체포안 부결에 대해 "아마 이 대표에 대해 있을지 모르는 체포동의안에 대해 예행 연습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내년 1월8일이 지나면 다시 국회의 체포동의안 승인 없이도 가능한데 그 이후 민주당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 방탄 국회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의원의 체포안 부결은, 앞으로 있을 이 대표에 대한 체포안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민주당의 자기고백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당도, 이념도, 더욱이 국민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은 스스로의 양심도, 이성도, 상식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앞서 이날 오전 "국회가 비리·부패 혐의자의 방탄막을 자처해서는 안 된다"며 당론으로 노 의원 체포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한 정의당도 "가재는 게 편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다. 민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한 것 자체가 비겁하다.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의원 체포안 부결 결과를 '명방위 훈련'이라고 규정하고 "이재명 예행연습, 실전은 걱정 안 해도 될 듯"이라는 메시지를 게재하면서 향후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한 이 같은 반발에 민주당과 정부·여당으로 갈라진 현 정국이 더 혼란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이면에서 이 대표 방탄을 해왔다면 이번 결정으로 이 대표 방탄이 거의 당론 수준으로 끌어올려진 셈"이라며 "지금껏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것들에 반대해 온 민주당이 앞으로도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현 정권에 맞서는 의견을 낼 게 당연해 보이는 만큼 앞으로 국회가 어떻게 갈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특히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검찰에서 소환 통보를 받고 불응했던 이 대표가 이날 '내년 1월 둘째 주 검찰에 출석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은 점 역시 향후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 의원 체포안 부결 직후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겠단 결정을 내린 것이 향후 민주당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판단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발언 직후 낸 논평에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의도는 무엇인지 의구심이 남는다"며 "이번 검찰 출석이 진짜 방탄을 위한 몸풀기가 아니라, 죄를 뉘우치기 위한 자백의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이 대표와 민주당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갈 수 있는 건 확고하게 형성된 뚜렷한 팬덤 때문인 만큼 앞으로 현 정부 일에 더 적극적으로 훼방을 놓을 것"이라며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대표가 검찰에 나가겠다고 발언한 시점이 노 의원 체포안이 부결된 직후라는 점과 검찰에 나가겠다는 날도 임시회 마지막 날 직후인 점이 굉장히 묘한데,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다음 총선 결과를 보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