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원 티켓값 아깝지 않은 뮤지컬"
작품 규모 등 제작비 맞춰 유동적으로 가격 설정해야
최근 뮤지컬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티켓값 인상’이다. 기존 VIP석 기준 15만원이었던 티켓 가격이 무너지고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공연 제작사에선 물가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뮤지컬 팬들은 정확한 인상 기준을 설명해달라며 갈등을 빚었다.
국내 뮤지컬 티켓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져온 ‘오페라의 유령’(2001)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기존 R석 5만원 수준이던 뮤지컬 티켓은 ‘오페라의 유령’ 공연 당시 R석 10만원, VIP석 15만원으로 책정했다. 약 두 배 이상의 가격 상승이 일어난 이후 2010년까지 R석 10만원, VIP석 12만원 수준이던 대극장 뮤지컬은 2011년 R석 11만원·VIP석 13만원 시대가 열렸고, 2014년부터는 14만원까지 올랐다. VIP석이 15만원으로 유지되던 건 2018년부터였다.
국내 뮤지컬 업계는 출연 배우, 작품의 규모, 저작권(창작, 라이선스, 오리지널)과 관계없이, 극장의 크기에 따라 티켓 가격이 고정돼 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한 작품의 가격 변동은 다른 작품들의 연쇄적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왔다. 관객들의 저항의 출발도 이 지점이다. 작품의 규모나 퀄리티, 출연진에 따라 제작비가 상이함에도 시장 통상 가격에 맞춰 티켓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관객들의 저항이 단순히 가격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건 지난달 16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물랑루즈!’를 통해 입증됐다. ‘물랑루즈!’는 VIP 기준 18만원이라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뮤지컬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 16만원을, ‘베토벤’(1월 12일 예술의전당)과 ‘캣츠’(1월 20일 세종문화회관)도 VIP 티켓을 17만원으로 책정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VIP 좌석 19만원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이 전까지 ‘물랑루즈!’가 업계 최고가를 찍으면서 당시 대중의 불만도 이 작품을 향했다. 하지만 개막 이후 분위기는 단 번에 반전됐다. ‘돈이 아깝지 않은 뮤지컬’이라는 후기가 잇따르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물랑루즈!’는 공연 시작부터 관객을 압도한다. 붉은 벨벳 커튼이 매달린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무대 양 옆으론 엄청난 크기의 코끼리상과 풍차가 위용을 자랑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과 동일한 무대를 구현하기 위해 호주, 영국 등 해외에서 공수해온 소품들이다. 사전제작비만 395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뮤지컬답게 볼거리도 많고, 익숙하고 강렬한 팝음악은 관객들의 귀를 자극한다.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물랑루즈!’는 이례적으로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의 기존 음향을 모두 갈아엎었다. 뮤지컬의 넘버들이 대부분 팝 음악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팝 발성에 맞는 음향을 설계하고, 배우별로 각각 음향 디자인을 했을 정도로 사운드를 세심하게 신경 썼다. “영화보다 음악적으로 더 풍부하다”던 음악 수퍼바이저 저스틴 르빈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이를 통해 드러나듯 결국 관객들은 ‘티켓 가격이 아깝지 않은 공연’을 원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대한 티켓 가격 인상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무작정 티켓 가격만 올릴 것이 아니라 ‘티켓값이 가깝지 않은 공연’을 먼저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미 뮤지컬 팬들은 가격과 무관하게 좋은 작품을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 티켓 가격 인상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결국 배우를 쫓는 일부 팬덤의 수요만 남게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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