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의 무덤’ 된 흥국생명, 빼어난 성적 거둔 사령탑 잇따라 경질
권순찬 감독 물러난 뒤 이영수 대행 사퇴, 김기중 감독도 부담 느껴 거절
권순찬 전 감독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질한 흥국생명이 팀을 이끌 사령탑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흥국생명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시즌 성적이 좋아도 의문의 사퇴로 이어지며 찜찜한 뒷맛을 남기곤 했다.
고 황현주 감독의 경질이 시작이었다. 황 전 감독은 시즌 중이던 2006년 2월 경질 당했는데 당시 흥국생명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지휘봉을 이어 받은 김철용 전 감독은 2005-2006시즌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006-2007시즌을 준비하던 중 해임 통보를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권순찬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의 사퇴 소식을 알렸다. 권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여자부 7개 구단 가운데 6위에 그쳤던 흥국생명을 올 시즌 3라운드까지 2위로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흥국생명은 지난달 29일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던 현대건설을 꺾고 승점서 동률을 이루며 정규리그 1위에 대한 욕심도 내볼 만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일 흥국생명과 계약한 권순찬 감독은 단 9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사실상 경질이다.
권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난 뒤 흥국생명 지휘봉은 기피 대상이 됐다.
권 감독이 떠난 후 흥국생명은 지난 5일 이영수 감독대행으로 GS칼텍스전을 치렀으나, 이 감독대행마저 경기 직후 물러나면서 뜻을 같이 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지난 6일 급하게 차기 사령탑으로 김기중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김기중 감독은 지난 10일 구단에 심사숙고 끝에 감독 선임을 최종적으로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김기중 감독은 “배구계 안팎에서 신뢰를 받아도 어려운 자리가 감독직인데, 여러 가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현 상황이 부담”이라며 “지금 감독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동안 노력해 준 선수단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고사 사유를 밝혔다.
감독들의 잇따른 사퇴와 고사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구단 운영과 관련한 뒤늦은 사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사령탑도 ‘감독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흥국생명의 지휘봉을 잡고 싶어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