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7회 연속 우승, 월드챔피언십 최초 3번 우승 차지한 절대강자
화려한 이력 뒤에 숨겨진 피나는 노력 “나는 당구에 진심”
“‘여제’라는 별명 황송하고 감사하지만 아직 부담스러워”
‘당구여제’ 김가영은 거짓말 같은 시즌을 보냈다.
개인투어 첫 두 대회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4 에스와이 바자르 LPBA 하노이 오픈’ 대회부터 단 한 차례도 패배 없이 36연승을 달리며 6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왕중왕 격인 월드챔피언십마저 제패하며 7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월드챔피언십 결승서 김가영에게 패한 김민아는 “벽이 느껴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의 개인 연습장에서 ‘데일리안’과 만난 김가영은 “진짜 말도 안 됐다”면서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모든 것들이 잘 맞아 떨어졌고, 매 순간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었고, 기적 같은 승부에서 기적 같은 승을 이뤄냈었다”면서 “사실 이길 수 없는 경기를 이긴 적도 많았다. 모든 행운들이 나한테 많이 따랐던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 LPBA에서 김가영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사실상 여자 선수들 중에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매 투어 때마다 다른 상대들을 결승서 김가영을 상대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로 인해 ‘그분이 오시지 않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말들이 커뮤니티에 돌기도 한다.
‘왜 이렇게 당구를 잘 치는건가’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바로 노력이다.
김가영은 “그만큼 노력한다. 나의 실력은 재능이 10, 노력이 90이라 생각한다”면서 “10은 어릴 때 시작한 것이다. 특별하게 어떤 재능을 타고 났다기 보다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큐를 처음 잡았고, 내 나이 또래에서는 빨리 시작한 편이었고, 이 부분이 나의 감각을 키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90은 노력인데 이게 단순하게 훈련량이 많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노력을 말한다. 연습을 몇 시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 무슨 생각으로 어떤 연습을 하느냐, 나한테 필요한 연습이 무엇인지 얼마큼 고민하느냐, 당구에 대해 얼마만큼 진심으로 고민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당구에 진심이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현재 LPBA 최강으로 군림 중인 김가영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아직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도 본인이 부족하고 채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
김가영은 “지난 시즌 ‘운’까지 더한다면 200점을 줘도 부족하다. 다만 내 능력과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점수를 준다면 80점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 “채우지 못한 20점이 겸손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안 할 수 있는 실수를 한 부분도 많았고, 할 수 있는데 못한 것들이 있었다. 겸손이 아니라 내가 놓친 거”라고 강조했다.
내심 다음 시즌에는 전 대회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내가 생각을 했을 땐 불가능할 것 같다. 성적에 대한 목표는 20년 전에 잡아보고 안 잡아왔다”면서 “에버리지나 내 기술에 대한 목표는 늘 가까이 잡고 있는데 결과나 우승에 대한 목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선수 생활하면서 내 능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하고 우승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기분이 좋다고 인터뷰는 하지만 이기고 나서 뭔가 찝찝하고, 우승을 했는데 또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불안했다”면서 “우승을 몇 번을 하고 이런 타이틀보단 단단한 선수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단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꾸준히 해온 덕에 아직까지 큰 슬럼프는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우승을 차지하는 게 누구보다 익숙해진 김가영에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그에게 붙은 ‘당구여제’라는 수식어다.
김가영은 “‘여제’라는 별명은 아직 부담스럽다. 너무 황송하고 감사하지만 스스로 내 별명이라 얘기하기도 민망하다”면서 “‘여제’보다는 내 이름이 들어간 ‘또가영’이 좋은 거 같다. 앞으로 이렇게 불러달라”며 응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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