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 50만 돌파
추억의 힘은 강했다. 1990년대 대한민국을 농구에 열광하게 만들었던 일본 만화 '슬램덩크'가완결판이 나온 지 26년 만에 2023년 스크린에서 부활해 3040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N 차 관람과 입소문으로 빠르게 흥행 중이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2일 4만 573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지난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엿새 만에 50만 관객을 돌파, 809개로 시작한 스크린은 938개까지 늘어났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과 연출에 참여해 그 시절의 감성과 향수를 진하게 우려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만화에서 활약했던 강백호 중심이 아닌, 송태섭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원작의 감성은 살리되 이야기는 새로운 관점으로 카메라를 가져갔다.
이노후에 다케히코 감독은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게 난 후 알게 된 것은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는 관점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송태섭을 필두로 그려낸 고교 농구 최강팀인 산왕공고에 맞서는 북산고의 열정과 패기를 그려 그 시절의 낭만을 건드렸다. 현재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 동력은 성장기에 봤던 만화에서 향수를 느끼고자 하는 3040 남성 관객들이다. 성별 예매 분포도는 남성 62%, 여성 38%이며 30대와 40대 관객이 전체 비율의 78.1%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본 남성 관객들은 "첫사랑에게 4.5를 주는 바보는 없어",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 "돌아와 줘 고마워요. 내 영원한 우상들과 평생을 되돌아볼 나의 낭만이여",, "30년이 가까이 지나도 다시 한번 '슬램덩크'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신날 줄 몰랐다", "코트와 옛추억을 누비며 쌍으로 격하게 만드는 농구 한판", "최고다, 분명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인데 왜 눈물이 날까. 감성과 추억이 공존하는 '슬램덩크'에 감동" 등의 극찬 후기를 남겼다.
낭만과 추억을 먹고 자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더빙판이 자막보다 더 인기가 높은 이례적인 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통 애니메이션은 자막판이 인기가 더 높으나, '슬램덩크'의 경우 SBS에서 1998년과 1999년 방송한 바 있어, 더빙판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더빙판을 선호하고 있다. 만화영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 역을 맡았던 성우 강수진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도 강백호 역을 맡았으며, 박상민이 부른 주제가도 그대로 울려 퍼진다.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더빙판 상영을 더 늘려달라는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도 존재한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노 재팬'(NO JAPAN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논쟁이 벌어졌다. 반일 사이가 소원했던 2019년 노 재팬 운동이 시작된 바 있는데, 현재 일본 만화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인기가 높은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또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과거 자신의 SNS에 "일본 자위대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죽인 사람보다 도운 사람 수가 많은 무장집단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고맙다"라고 적은 우익 발언이 재조명 됐다. 다만 노 재팬, 우익 발언 논란에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객 수나 흥행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입소문이 확대, '슬램덩크' 1020 세대들까지 인기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NEW 그룹홍보실 최시은 씨는 "개봉 초반, 몰입도 높은 경기 장면과 송태섭의 새로운 이야기에 유년 시절 원작의 향수를 간직한 3040 관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면, 현재는 SNS 밈이나 예능 콘텐츠를 통해 '슬램덩크'를 접한 젊은 세대까지 전 연령대로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추억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기존 팬들과 굿즈 제품에 관심이 많은 Z세대들을 위한 팝업스토어 등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