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상대로 '승자가 패자에게
너무한다' 동정 여론 부르려는 전략
'동행 자제 당부'도 전략 연장선상
대신 '국민보고회'로 세 결집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패배자'로서 검찰이 부르면 또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를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보복·탄압의 프레임에 가두는 한편 중도층 사이에서 '승자가 패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30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검찰의 2차 소환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검찰에 출석하는 것은 "대선에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며 "나의 부족함으로 대선에서 패배했고, 그 패배로 인해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고통에 비한다면 내가 승자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밟힌다 한들 국민들의 고통에 비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어떤 합리적 설명을 하면 (검찰이) 그 합리적 설명을 깨기 위한 조사를 한다. 이미 겪어본 일"이라며 "법정에서 다툴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관심을 줄여주길 부탁드린다"고 일축했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지는 과정 자체를 건너뛰어 화두가 되지 않게끔 밀어내고, 대신 대선 승자가 패자를 겨냥해 수사를 하니 패배한 자신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이 '당한다'는 '정치탄압·보복수사' 프레임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해서는 어차피 보수층은 '당장 잡아넣으라', 진보층은 '검찰의 조작수사'라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문제는 중도층인데 이 대표가 자신의 개인 비리라는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혐의에 대한 논쟁은 피하면서, 대선 승패를 계속해서 언급해 이 사안을 '정치보복' 프레임에 가두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추가 소환에 응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민주당 지도부와 동료 의원, 지지자들에게는 출석 현장에 동행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는 정말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하는데 오지 말라"며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자로서 '보복 수사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 중도층의 동정 여론을 끌어내야 하는데, 출석 때마다 지나친 인파가 몰리면서 오히려 '방탄 프레임'에 '정치보복 프레임'이 묻히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외로이 검찰에 출석하게 되면 민주당 안팎에서 이 대표가 원치 않는 분분한 해석이 뒤따를 수 있다. 자칫 자신의 지도력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출석 현장에는 동행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세(勢)를 과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지난 28일 출석과 마찬가지로 토요일에 검찰의 2차 소환에 응할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나도 노는 사람이 아니고 당무와 국정에 나름 역할이 있고, 미리 정해놓은 일도 있다"며 "가급적 주중에는 일을 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평일인 지난 10일에 검찰에 출석했을 때, 이튿날인 11일자 특정 조간신문에 전날 자신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한 말이 그대로 실린 것에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일 출석은 이튿날에 조간신문이 발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이같은 검찰 조사 내용 실시간 보도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까운 토요일이라면 내달 4일이다. 그런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이태원 압사 참사 100일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같은날 서울에서 국민보고회 형식으로 장외집회를 열면, 검찰 출석 현장 동행 때와 같은 부담스러운 '방탄 프레임'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충분한 세(勢) 과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번 주말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100일이 되는 날"이라며 "당 차원에서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민생 파탄에 대한 '국민보고대회'를 이번 주말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