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계고서 읽지 않은 채 뒤집어 찢고 땅바닥에 테이프로 붙혀
"분향소, 관혼상제로 헌법과 법률로 보호 받아"…녹사평역 추모공간 거부
서울시 "온정만으로 방치하면 공공시설 관리 원칙 포기하는 것"
서울시가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오는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시민단체 측에 6일 재차 통보했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계고 통지서를 찢으며 격하게 반발했다.
서울시 직원들은 이날 오후 5시38분께 서울도서관 앞 분향소를 찾아가 신분을 밝힌 뒤 이같은 내용이 담긴 2차 계고서를 전달했다. 계고서에는 "4일 오후 7시48분께 인공구조물(천막, 의자, 영정사진 등)을 6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도록 명령했으나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 8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라"고 적혔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은 계고서를 읽지 않은 채 뒤집어 찢고 이를 땅바닥에 테이프로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시는 분향소 설치 당일인 지난 4일에도 이날 오후 1시까지 불법 점거물을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1차 계고서를 전달했다. 서울시는 계고 직후 오신환 정무부시장 명의의 입장을 내고 "사전 통보조차 없이 불법·무단·기습적으로 설치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후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시의 대응 원칙"이라고 밝혔다.
시는 "일부 정치권에서는 유가족의 슬픔이라며 서울시가 온정을 베풀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기습적이고 불법적으로 광장을 점유한 시설을 온정만으로 방치한다면 공공시설 관리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고 무질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서울시가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철거할 명분이 없다며 거듭 항의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분향소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 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로 헌법과 법률로 보호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향소를 철거하라고 명령할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광장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가받지 않고 광장을 무단 점유한 경우 시설물의 철거를 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대책회의 등은 지난 4일 녹사평역에서 참사 100일 국민추모대회 장소인 광화문광장 옆 세종대로까지 행진하던 중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 측은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추모공간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신환 정무부시장이 아침에 전화해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분향소 자리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은 유가족이 굴 속으로 들어가 목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