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겸영업무 규제 완화 부작용 우려
기존 은행 데이터·노하우 따라잡기 힘들어
금융감독원이 검토 중인 은행 완전 경쟁체제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찍힌다. 한 명의 고객이 다양한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큰 위협으로 작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밖에 금산분리 완화·겸영업무 확대 등 제도적인 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가운데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서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을 의식하고 이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다.
다만 은행은 통신사와 달리 한 명의 고객이 한번에 여러 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과점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게다가 은행이 완전 경쟁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 가장 많이 제시되고 있는 방법은 금산분리 완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원칙으로, 금융안정과 이해상충 방지,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위한 제도로 작용해 왔다.
은행업을 영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금인데, 이를 빠르고 충분하게 확충하는 방법은 비금융 대기업의 지원이 현실적이기에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얘기는 계속 나왔다. 최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금산분리가 금융업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는 올해 업무 보고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속력이 붙지 않은 것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경쟁체제를 위해서 은행업 인가에 대한 빗장을 풀어주면 금융업에 진출한 기업들이 늘어난 투자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 규제 밖 유사 금융업이 성행해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은행의 겸영업무를 확대해 다른 금융사와의 경쟁을 촉진하는 전략도 제시되고 있다. 본연의 업무가 아닌 신탁업, 증권업 등 다른 금융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경쟁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은행이 겸영업무 부문에서도 우위를 점한다면 다시 은행의 과점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은행은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런 노하우 없이 기존 은행들의 공고한 위력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인터넷 은행들은 기존 은행들의 상품과 판매 전략을 답습하며 고객과 거래 데이터를 갖추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수십 년간 은행이 쌓아온 시스템을 신생 은행이 따라잡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금감원장이 제시한 은행 경쟁체제 도입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제도 개정 권한이 있는 금융위는 침묵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나온 발언만으로 정책 방향을 유추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계획이 제시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