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통제vs과제] "20% 넘으면 팔아라"…금융당국,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추진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6.03.25 07:34  수정 2026.03.25 07:34

디지털자산법에 대주주 지분 상한제 포함…업비트·빗썸 등 직격탄

"민간 기업에 과도한 국가 개입" 비판…위헌 소지·역차별 논란 확산

금융위원회 ⓒ뉴시스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강제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업계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민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성장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공공 인프라인 대체거래소(ATS) 수준의 규제를 가해 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유재산권 침해와 위헌 논란 등 전방위적인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25일 가상자산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선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주주가 법인일 경우 금융위 예외 규정에 따라 최대 34%까지 허용하되 이를 초과하는 지분은 일정 기간 내에 강제 처분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국 "공적 책임 강화 위해 지배구조 분산 필수"

금융당국이 내세우는 핵심 명분은 '이해상충 방지'와 '책임성 강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간담회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가제로 전환해 공적 인프라 지위를 부여하는 만큼, 특정 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소유 지분을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미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준(準)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의 지분 제한 수준인 15%를 적용해 거래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의 사익 편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논리다.


업계·야당 "자생적 생태계 파괴하는 위헌적 규제"

반면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통 금융시장 규제를 가상자산 산업에 기계적으로 이식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공적 인프라를 전제로 설립된 ATS와 달리 민간 스타트업과 플랫폼 기업이 경쟁을 통해 성장해 온 시장인데 사후적으로 소유 지분을 강제 조정하는 방식은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내 5대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DAXA 측은 특히 "성장 단계의 민간 기업 소유구조를 제한하는 것은 창업·벤처 생태계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워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국내 이용자들이 규제가 덜한 해외 거래소로 이탈하는 '역차별'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의 규제안이 민간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과잉 규제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 산업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빠르게 발전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재산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라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탠 것이 없으면서 규제 일변도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금융위 원안에도 없던 규제가 갑자기 포함된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인위적인 소유 구조 제한은 책임 경영을 저해하고 인재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역차별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 "해외 유례없는 규제…사후적 지분 매각은 위헌 소지"

특히 해외 주요국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여러 문제가 돌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미카(MiCA) 규제 역시 주요 주주와 경영진의 적격성, 평판, 범죄기록 등을 심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일정 지분율 이하로 소유를 강제 제한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비판과 함께 위헌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제출한 회답서에서 "재산권(헌법 제23조)과 직업의 자유(헌법 제15조)를 침해해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신고제 체계 아래 민간 경쟁 시장으로 형성된 거래소들에 대해 사후적으로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주요 거래소의 지분율은 ▲업비트(송치형 회장 등 25.52%) ▲빗썸(빗썸홀딩스 73.56%) ▲코인원(차명훈 의장 53.44%) ▲코빗(미래에셋컨설팅 92.06%) ▲고팍스(바이낸스 67.45%) 등으로, 법 시행 시 대규모 지분 처분과 경영권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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