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수요 따라 고성능 메모리 HBM 수요 동반 성장
글로벌 IT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
HBM 시장 점유율 높은 국내 반도체 업계 수혜 기대
반도체 시장에 열풍이 불고 있는 AI 챗봇인 '챗 GPT'를 계기로 반도체 업황이 예측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챗GPT 수요가 AI용 GPU에 필수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오픈AI가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열풍 덕분이다. 엔비디아는 챗GPT와 같은 AI를 구동할 때 반드시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GPU에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이 필요하다. GPU는 D램에 저장된 명령을 가져와 연산과정을 거쳐 데이터를 처리한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고성능 광대역 D램 제품인 HBM이 필수다. 챗GPT, 즉 GPU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지난해 연말 등장한 챗GPPT는 출시 2개월 만인 올 1월 기준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유행을 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감지한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침체된 경기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MS(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사 등이다.
이같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선 서버 증설이 필수적인데 AI 연산에 필요한 서버용 GPU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GPU 연산을 보조하는 메모리 반도체 물량이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에서 서버용 제품 수요는 모바일을 제치고, 전년 대비 가장 큰 성장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단기간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BM 등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의 경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A100' GPU에도 SK하이닉스가 개발한 3세대 HBM이 탑재돼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에 선보인 'H100'에는 고성능 4세대 HBM이 들어갔다.
당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의 업황 둔화를 예상하고 다소 소극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공식적으로 대규모 감산을 선언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의 챗GPT 투자 확대에 따라 이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 기조 역시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5일 한림대 도헌학술원 심포지엄에 참가해 "공급이 과잉일 때는 슬로다운을 고려하지만, 너무 지나친 감산도 좋은 것은 아니다"는 말로 그간 확고했던 '대규모 감산' 기조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을 두고 글로벌 시장 추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경계현 사장은 지난주 미국 시애틀에 방문해 현지 고객사들과의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경 사장이 이번 미국 출장길에서 MS 등의 고객사와 만나 HBM 수주와 관련해서도 논의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2월 AMD와 협력해 'HBM-PIM(지능형 메모리)' 기술을 개발했다. PIM은 데이터 저장을 맡던 메모리반도체에 CPU와 마찬가지로 연산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HBM-PIM을 CPU, GPU에 장착하면 서버의 연산 속도가 올라간다.
다만 그럼에도 업계 내 재고 감산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은 챗GPT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느냐에 달렸다"며 "(반도체 업황 개선이 되려면) 세계 경제 수요가 회복돼야 하는데 업계 감산이 필요하다고 본다. 메모리 재고는 하반기가 되며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44억 달러(약 58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6년에 861억 달러(약 1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