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행위자에 유리하게 법 개정…새 법에 따라 범죄사실 판단해야"
"범죄 후 법률 변경, 선거법 위반 혐의 인정 불가…평등권 침해 해당"
"종교시설서 명함 나눠주는 행위, 금지된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려워"
조합 총회가 열린 성당 앞에서 선거운동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예비후보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혐의를 벗었다.
6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헌재는 21대 총선 예비후보였던 A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 불복해 서울북부지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A 씨는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20일 한 지역 신용협동조합의 총회가 열린 성당 앞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유예됐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나 범행 동기나 결과 등을 고려해 기소하진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이다.
공직선거법은 종교시설을 선거운동 금지 공간으로 규정하는데, A 씨가 기소유예된 이후인 2020년 12월 법이 개정돼 '대관 등 본래와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경우는 금지 공간에서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개정법에 따르면 A 씨가 선거운동을 한 성당도 신용협동조합의 총회장으로 쓰인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 셈이다.
A 씨는 "법이 개정돼 종교행사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종교시설이나 그 시설 밖에서 예비후보자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허용됐다"며 "이 사건도 개정법 취지대로 해석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우선 "행위자에게 유리하게 법이 개정된 만큼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새 법에 따라 범죄사실이 성립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돼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 경우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A씨)의 평등권과 행복 추구권을 침해해 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종석 재판관은 개정되기 전의 조항에 비춰봐도 A 씨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개정 전 조항이 종교시설에서 선거운동을 금지한 취지는 종교 활동을 보호하고 종교시설이 특정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이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종교와 무관한 행사가 이뤄지는 종교시설에서 명함을 나눠주는 행위는 금지된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법이 단서를 붙인 건 해석의 혼란을 방지하고 의미를 명확히 한 것일 뿐"이라며 "개정 전에 금지한 행위를 법 개정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내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이 행위를 한 시점의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으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