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지지자들 응원전 후끈
'1호 당원' 尹 등장에 분위기 절정
트롯 대신 '난타'…젊어진 보수정당
장내 가득 채운 대의원들 흥행 '대미'
국민의힘이 8일 3차 전당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정통 집권세력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했다. 2016년 총선부터 전국 선거 4연패로 한때 해체 위기까지 몰렸지만, 정확히 1년 전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이어 지방선거도 승리하며 전성기 때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모양새다.
마스크를 벗고 오랜 만에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당원들이 축제를 한껏 즐기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묻어 났다. 전당대회 장소인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전시장 입구는 만남의 장소를 방불케 했고, 북과 꾕과리, 붉은악마 머리띠 같은 응원 도구를 활용한 응원도 선보였다. 한 곳에서는 김기현 후보 지지자들과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응원전을 벌이기도 했다. 과거 한때 언급되던 '샤이보수'라는 용어가 붙여질 장면은 이제 없었다.
전당대회 행사장 내부는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추의 여지없이 대의원들로 가득 찼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전당대회 참석인원은 1만여 명에 달했다. 입장하지 못한 당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행사장 밖 스크린을 통해 전당대회를 지켜봤다.
본행사에 앞서 진행된 식전행사는 '블로커플랜타'의 난타와 댄스크루 '램프'의 댄스 공연으로 채워졌다. 어르신들을 위한 트로트 위주의 공연에서 탈피하며 보다 젊어진 국민의힘을 실감케 했다.
분위기는 '1호 당원'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며 절정으로 향했다. 대의원들은 '윤석열'을 연호하며 당력을 모아 탄생시킨 대통령을 환영했다. 보수정당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지난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이후 약 7년 만이다. 당의 오랜 주인인 대의원들이 느끼는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인사말에 나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년 전 시청 앞 광장에서 윤석열 후보의 마지막 유세에 참석했는데, 그 날의 열기가 생생하다. 오늘이 바로 그 날과 같은 열기"라면서 "윤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힘찬 전진을 기약하자"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승리의 어퍼컷 세레머니와 함께 무대에 오른 윤 대통령은 "당원 동지들을 이렇게 다시 한자리에 모여 여러분을 뵈니 가슴이 벅차다"며 "작년 이맘때 우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로를 격려하며 뛰고 또 뛰었다.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준 당원 동지께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우리의 미래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기득권의 집요한 저항에 부딪혀도 미래 세대를 위한 길, 나라의 혁신을 위한 길을 결코 포기해선 안 된다"며 "나라의 위기,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는 세력과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외쳤고, 대의원들은 기립해 '윤석열'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축하 공연은 가수 박상민 씨가 장식했다. 흥겨운 리듬의 '청바지 아가씨'를 부르자 전주혜 의원이 무대 앞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웠고, 김기현 후보를 비롯해 정진석 비대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합류하며 축제를 즐겼다. 이에 앞서 진행된 후보자 이벤트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부산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라는 노래 부산갈매기의 한 소절을 열창해 당원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김기현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하며 결선 없이 당대표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고위원에는 김병민·김재원·조수진·태영호 후보가, 청년최고위원에는 장예찬 후보가 당선돼 지도부를 구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