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고정형 모두 인하 흐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고조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들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정부가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론에도 힘이 실리면서, 주담대 금리가 3%대까지도 내려갈 것이라는 차주들의 기대도 나온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53%로 전월 대비 0.29%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내림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대개 은행들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된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내려감에 따라 오는 16일부터 해당 기준 주담대 금리도 인하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현재 5.39~6.39%인 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가 16일부터는 연 5.10~6.10%로 인하된다. 국민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도 연 4.66~6.06%에서 연 4.41~5.81%로 인하된다. 신한은행, 농협은행도 신규취급액 코픽스 인하분을 반영해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도 인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4.15~6.23%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일중리 전(6일 기준) 4.54~6.46%보다 금리 하단은 0.39%p, 상단은 0.10%p씩 각각 내려갔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AAA)은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진 후 13일 4.08%로 전일 대비 0.20%p 하락했다.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의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 6개월물은 13일 3.69%로 전일 대비 0.08%p 내렸다.
금융채 금리는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국고채 금리는 13일 SVB 파산 여파에 하락하면서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다. 14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38%로 전일 대비 0.05%p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5%p 내린 내린 연 3.38%에 거래를 마쳤다.
그간 은행 대출금리는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우려에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SVB 파산과 시그니처은행 폐쇄 충격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속도조절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도 덜어지는 분위기다. 고용지표 호조 등으로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SCV 사태 여파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거나 동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만약 미국이 빅스텝을 밟는다면 금리차는 1.75%p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은행들의 자체적인 대출금리 인하도 이어지면서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객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를 인하했다. 이중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는 0.3%p 내렸다. 케이뱅크도 지난 9일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를 최대 0.34%p 인하해 최저금리는 4.2% 수준까지 내려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까지는 대출 금리 상승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금통위에서의 인상 결정 여부가 대출금리 상승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