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에 시스템반도체·소부장 관련주 급등
삼전·SK하이닉스 미미…메모리 수요 부진 작용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수혜가 예상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반면 클러스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시스템반도체 관련주인 가온칩스는 이틀간(15~16일) 주가가 22.39%나 급등하며 2만3000원(14일 종가)이었던 주가가 2만8150원까지 뛰어 올랐다. 15일 8.04%(1850원)에 이어 16일에도 13.28%(3300원)나 상승했다.
가온칩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 전문업체다. 같은 디자인하우스 기업인 에이디테크놀로지(2만1500원)도 16일 주가가 11.05%(2140원)나 급등하며 2만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혜를 입는 모습이다.
경기도 용인에 들어서는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710만㎡(215만평)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 5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이미 120조원 규모의 메모리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어등과 결합해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 수혜가 예상되는 소부장과 팹리스 기업 등 관련주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르는 추세다.
반도체 장비 업체 원익IPS와 D램 패키징 후공정업체인 SFA반도체도 각각 전일 대비 6.68%(1950원)과 17.05%(665원) 상승한 3만1150원과 456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반도체 소재 기업인 동진쎄미켐도 3.48%(1050원) 오른 3만1200원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차량용 팹리스기업 넥스트칩과 텔레칩스는 이틀간 주가가 각각 11.97%(9020원→1만100원)와 7.96%(1만3700원→1만4790원)나 올랐다. 아울러 반도체 유통회사인 미래반도체(13.62%·1만5050원→1만7100원)도 사흘 연속 상승으로 1만5000원대였던 주가가 1만7000원으로 뛰어올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소부장 중에서는 원익IPS·테스·원익머트리얼즈·솔브레인·리노공업을 탑픽(최우선주)으로 추천한다”며 “이번 용인 투자로 국산화 확대와 공급 물량 증가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인 투자 단행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소부장 업체들의 주가 강세와 달리 정작 양사의 주가는 다소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6일 주가가 장 초반 한때 5만9100원까지 떨어지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회복해 전일(15일) 대비 100원(0.17%) 상승한 5만9900원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오름세로 마쳤지만 지난 13일(종가 6만원) 이후 6만원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 발표 효과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6일 종가가 7만9000원으로 지난 13일(종가 8만4300원) 이후 3거래일 동안 6.29%(5300원)나 떨어진 상태다.
투자 발표 내용이 양사가 상대적으로 실적 비중이 적은 비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다만 향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둔화 및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 축소 효과 등으로 점진적인 수급 개선이 예상되고 있어 향후 주가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는 3분기 이후 수급 개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도체 주가의 6개월 선행성을 고려하면 상반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향후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락 위험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