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90% 폭락세에도 2780만달러 순매수
불확실성 지속 시 투자 손실 불어날 우려↑
개미투자자들이 시장을 가리지 않고 은행주를 쓸어 담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은행주 낙폭이 커지자 저가 매수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FRB)을 2781만 달러나 순매수 했다. 이는 같은기간 테슬라 순매수 금액(1443만 달러)의 1.9배의 달하는 규모다.
개인이 대거 사들이고 있는 이 종목은 SVB 사태 이후 파산 위기가 연일 커지고 있다. 주가도 열흘 새 87.31%(96.01→12.18 달러) 폭락했다. 사실상 리스크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9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로 3단계 하향 조정하고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는 일주일 새 두 차례 신용등급 하락으로 앞서 S&P는 15일에도 종전 이 은행의 투기등급을 ‘A-’에서 ‘BB+’로 4단계 낮춘 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다른 은행주에도 몰리고 있다. SVB의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SVB Financial Group)과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팩웨스트뱅코프(PacWest Bancorp)도 10일 이후 각각 1305만달러, 812만달러씩 순매수 했다.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도 은행주를 긁어모으며 시장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개인은 이달(3월2~21일) 들어 신한지주 주식 1206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우리금융지주도 552억원어치를 사모았다. 이외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도 각각 458억원, 371억원 순매수 했다.
증권가는 SVB사태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는 양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VB발 불안은 2008년과 원인 비교를 통해 오해에서 시작된 우려”라며 “평가 손실의 대부분은 시장 금리 급등에 따른 평가 손실 영향이었으며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모기지 대출의 건전성을 고려 시 부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금융 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은행주를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지속할 경우 투자 손실이 늘 수 있어 신중한 투자에 나서야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매각을 위한 경매절차도 여전히 진행중으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S&P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금융권 리스크는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