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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동선' 벗어난 삼성중, 2000억으로 발길 되돌릴까


입력 2023.03.27 11:46 수정 2023.03.27 11:4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회장 취임 전후로 국내외 사업장 찾으며 광폭 행보…삼성중만 열외

장기 실적부진, 주력 계열사들과 사업 연계성 희박 등 한계

최성안 부회장 역할론 대두…실적개선 넘어 '미래' 보여줘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9월 9일(당시 부회장)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7년 4개월. 삼성중공업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길이 끊긴 기간이다. 회장 취임을 전후해 전자, 배터리, 바이오 등을 담당하는 국내외 사업장들을 돌아보며 적극적인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 회장이 유독 삼성중공업에만 무심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올해 이후는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그보다 더 획기적인 계기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11월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삼성중공업 관련 사업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후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부분의 제조업 계열사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 임직원들로서는 기운이 빠질 일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실적이나 업종 특성 면에서 그룹 내 입지가 약한 계열사다.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2015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며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세 차례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 받아야 했다.


반도체, 스마트폰, 배터리, 바이오 등 삼성그룹의 현재 주력사업이나 중점 육성 미래사업들과 연결고리가 약한 조선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도 삼성중공업의 입지를 약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룹 차원의 투자전략에 있어서도 후순위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린 HD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앞둔 한화그룹이 선박용 엔진 전문업체 인수를 통한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한 발 비켜서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지역에 10년간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도 삼성중공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제품 중심 수주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거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만 에둘러 언급했다.


올해는 삼성중공업이 적어도 실적 측면에서는 반등을 꾀할 수 있을 만한 시점이다. 지난 2년간 업황 호조로 유리한 조건에 대량 수주한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1년 이후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해부터는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8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매년 수십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2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그룹 내에서 실적으로 어필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매출 규모와 비교해도 영업이익 2000억원은 겨우 흑자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라 조선업이 ‘돈 되는 사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힘들다.


더구나 조선 업황도 2년여의 호황을 끝내고 조만간 다시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시황 사이클에 따라 부침을 겪는 전통적인 조선 기업으로만 존재해서는 지속성장가능성이나 그룹 내 입지 제고를 보장하기 힘든 형편이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중공업

기대할 만한 부분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승진과 함께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삼성중공업으로 배치된 최성안 부회장의 역할이다. 최 부회장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삼성중공업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과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는 구조조정본부 등 그룹 컨트롤타워나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출신들이 맡았다가 2013년 박대영 사장, 2018년 남준우 사장, 2021년 지금의 정진택 사장 등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삼성중공업이 그룹과 동떨어진 ‘변방’으로 취급받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인사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최성안 부회장이, 그것도 승진을 통해 삼성중공업 대표를 맡으면서 그에게 삼성중공업의 변화를 이끌 미션이 주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자대표체제 하에서 정진택 사장은 기존의 조선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최 부회장은 조선사업과 연계한 친환경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사업구조 전반을 놓고 볼 때 삼성중공업이 전통적인 조선업체에 머문다면 계륵과 같은 처지를 면할 수 없고, 원매자가 나온다면 매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면서 “단순히 실적 개선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그룹에 크게 기여할 만한 미래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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