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유포자 총살한 北…개혁·개방 없는 남북교류협력은 허상
지자체 남북교류협력기금, 주로 친북활동단체 지원…박원순 재임 시 134억8800만원 지원
북한 도발 때 선전가 콘서트 연 '우리민족'…대북사업, 단체장 치적 쌓기에 이용되기도
서울시, 안보교육·북한이탈주민 지원에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주민 복리 증진, 지자체 사무
2020년 양강도에서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담긴 USB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총살을 하는 나라. 한국 하이힐·화장품 등 한국 제품을 몰래 팔았다는 이유로 사형이 집행되는 나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잔혹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는 나라. 바로 북한이다. 이처럼 개혁·개방을 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남북교류협력은 말뿐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실상은 교류와 협력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지자체의 사업이 문화나 사상의 교류로 이어지지 않고,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주민들에게 닿지도 않고 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들은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만들어 각종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해당 조례를 운영하던 전국의 지자체는 60곳이 넘었는데, 주로 문재인 정부 때 제정됐다.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과 박 전 시장 사망 후 서정협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던 2018~2021년까지 매해 최소 수십억원씩 총 134억8800만원을 지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가 된 2022년에야 집행된 남북협력기금이 4억원에도 못 미쳤다.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얼마든지 친북활동을 지원하는 단체에 흘러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에 지원받은 단체 중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우리민족)이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으로 2021년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어지던 때에도 북한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혁명가곡 콘서트 등을 서울 도심에서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NL 운동권 주사파 정파 가운데 하나인 '인천연합'이 주도해 세운 '겨레하나'도 오 시장이 당선된 2022년을 제외한 최근 4년간 '시민참여형 평화·통일 교육 공모사업 추진' 명목으로 남북교류기금 예산을 받았다.
또한 이 같은 대북 사업들은 단체장의 치적 쌓기에 이용될 수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추진한 대북 사업과 관련한 의혹들이 대표적이다. 쌍방울그룹 전 회장 김성태씨는 검찰 진술에서 이 대표의 방북 성사비 명목으로 2019년 당시 최소 10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차기 대권을 노리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북한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고 시도한 과정에서 쌍방울과 유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의 연계를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각 지자체들이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왜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진정한 남북교류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더욱이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쌓여가고 있는 상태다. 일부 지자체에선 관련 조례를 폐지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 재임 기간 제정됐던 남북교류협력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했다. 작년 말에는 울산시와 대구시, 경기 양평군의 지방의회가 조례 폐지를 각각 의결했다.
현재 서울시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폐지하지 않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해당 기금 적립액은 320억원에 달한다. 축적된 이 기금의 사용처를 찾는다면 남북협력기금을 안보교육과 북한이탈주민 지원에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2013년 당시 경기도는 남북교류기금을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통일교육에 활용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은 주민의 복리 증진에 힘써야 할 지자체의 사무에 속한다. 시는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실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착수한 만큼 기금의 사용처에 대한 면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