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한미동맹, 미래 향해 계속 전진할 것"
기립박수 23차례 포함 총 56차례 박수 받아
연보라색 넥타이·행거치프 착용…자신감 넘치는 모습
국빈 방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상·하원 의원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영어로 약 44분간 진행됐다. 우리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이며,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미 나흘째인 이날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주제로 워싱턴DC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법치·인권에 기반한 한미동맹 70주년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평가하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 공조 및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의 중요성 강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 가짜뉴스를 겨냥한 비판 등을 이어갔다.
연보라색 넥타이와 행거치프를 착용한 윤 대통령은 또박또박한 영어발음으로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연설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백악관에는 저보다 BTS가 먼저 갔지만, 여기 미 의회에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먼저 왔습니다"라는 등의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었던 대목으로 일종의 '애드리브'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 과정에서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기립박수 23차례를 비롯해 모두 56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며 "어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저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의 비전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했다.
이어 "양국은 외교 안보를 넘어 인공지능, 퀀텀, 바이오, 오픈랜 등 첨단 분야의 혁신을 함께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또) 양국은 동맹의 성공적 협력의 역사를 새로운 신세계인 우주와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 동맹"이라며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고 평화와 번영의 동맹이다.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허위선동으로 대변되는 가짜뉴스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을 재차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며 "이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은폐와 위장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4·19혁명 기념식 기념사에서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하고, 자유세계와 연대하여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선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인권 유린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원칙적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편 연설을 끝내고 연단을 내려온 윤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이 셀카를 찍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의 연설문을 가져오며 윤 대통령에게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