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이어 '코인 논란' 김남국도 탈당하자 발칵
이재명 사과에도…비명계 "당을 더 궁지로 몰아"
당 지도부에 지금과는 다른 적극 대응 주문 봇물
소속 전원 결의문 내고 "재창당 각오로 쇄신 약속"
"지도부는 그동안 뭐 했나."
"늑장 대응해서는 다 죽게 생겼으니까 당 대표가 쇄신의 칼을 들고 칼을 휘둘러라."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투자·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의 탈당에 발칵 뒤집혔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이어 김남국 의원 논란까지 도덕성 위기의 탈출구로 '탈당'을 악용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이러한 목소리는 이날 '끝장 토론' 형식으로 열린 민주당의 쇄신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를 향한 성토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심야까지 진행된 민주당 쇄신 의총은 다소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돈봉투 의혹에 이어 코인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는데, 의혹의 당사자들은 탈당 카드를 '만능 치트키' 마냥 써 당을 궁지로 더 몰아넣었다는 반응이 의총 시작 전부터 흘러나오면서다. 의총에는 소속 의원 대다수가 참여했다.
당내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은 의총 전 페이스북에 "(김남국 의원 탈당은) 당원에 대한 사과 운운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은 피해가는 꼼수탈당"이라고 비판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금까지 당이 나서서 당내 현안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이런 시선과 태도로 민주당이 돌아선 국민의 마음, 특히 상처입은 청년의 마음을 치유하고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총 전에 나온 김남국 의원 탈당에 대한 당 소속 의원의 공개적인 비판은 이원욱 의원이 유일했지만, 대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쇄신 요구의 기폭제가 된 두 의혹 모두에 친명(친이재명)계 중심으로 연루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명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김남국 의원의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이재명 대표는 "조금 전에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김남국 의원이 최근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탈당한 것 같다"며 "안그래도 어려운 민생고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들께 민주당 소속 의원이 그런 문제로 심려 끼친 점에 대해 민주당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의총을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의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하려 했지만,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의총을 공개해야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신동근 의원은 "혼란스럽더라도 국민들께 우리 당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얼마나 쇄신하는지에 대해 공개 의총을 하는 게 옳다"며 "숨길 이유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의원의 '돌발 요구'에 좌중 곳곳에서는 "반대한다" "찬성한다" 등의 목소리가 산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이어 비명계 설훈 의원이 "의총은 공개가 원칙이었다. 국가안보 내용이 아니면 비공개를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언제부터 비공개가 당연한게 됐다. 우린 국민의 대표지, 개인 개인이 아니다"라고 신동근 의원 의견에 힘을 실었다. 박광온 원내대표가 "오늘 보고 내용 가운데 언론에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음 의총부터는 사전에 동의를 얻어서 가능하면 공개 의총을 열도록 하겠다"라고 중재하면서 의총은 원래 계획대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민주당의 많은 의원이 '김남국 의원 논란에 대해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재신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의총에서 "좌고우면하고 늑장 대응해서는 민주당이 다 죽게 생겼으니 이재명 대표가 쇄신의 칼을 들고 칼을 휘둘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용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남국 의원이 무책임하다고 이야기했고, 당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이렇게 무책임하게 탈당을 선언해버리고 당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당을 더 궁지로 모는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 화난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또 "지금 당대표하고 지도부가 그냥 나몰라라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주당의 무너진 신뢰를 분명하게 바로잡는 일을 해야 한다"며 "김남국 의원의 무책임한 탈당에 대해서 우리 구성원들이 다 분노하고 있으니까 조사도 계속하고 국회 윤리위에도 제소해라, 즉각적으로 처리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의원들이 많았냐'는 질문에 "많았다. 압도적"이라고 답했다.
의총 중간 브리핑에 나선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굉장히 엄중한 상황인식과 지금까지의 당 대응에 비판적인 지적, 지금까지와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철저한 쇄신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시사점이 있었다"며 "자유토론 시간 동안 '김남국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멈춰선 안 된다, 비록 본인이 탈당한다고 하더라도 협조를 구해서 당이 이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더 파악해야 된다는 요청과 문제제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부정부패 혐의에 일관된 기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혹이 발생했을 때 조사~감찰~징계 절차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일관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라며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수립하고 시스템에 따라 대응하자는 주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 재신임 요구에 대해서는 "그런 주장을 하신 의원도 있었다"라면서도 "그것이 중점적 쟁점이 되거나 길게 토론되거나 하지 않고 오늘은 큰 차원에서 민주당 신뢰 위기에 대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종합토론 이후 소속 의원 전원 명의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재창당의 각오로 근본적 반성과 본격적인 쇄신에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라며 "반성과 성찰 위에서 온전히 쇄신 결과로 국민께 평가받겠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에 대해서는 "탈당으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가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며 "엄정한 조사 후 징계하는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윤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리 규범을 벗어난 모든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하겠다"며 민주당의 윤리기구 강화, 국회의원 재산 투명성 강화, 당 차원 혁신기구 설치 등을 약속했다.